영도 바다에서 만났다, 인간의 작품과 자연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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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의 시간

영도 바다를 캔버스 삼아 펼친 예술적 상상력. 관람객은 미술관이 아닌 자연 속에서 스스로 예술을 체험하고 느꼈다.

14~16일 부산 영도 절영해안산책로에서 열린 ‘부유의 시간’ 이야기다. 문화예술단체 실험실 씨(Lab C)가 기획하고 7명의 작가(전지, 이재은, 강은경, 김진주, 김태희, 김덕희, 정만영)가 참여했다. 예술과 생태가 결합한 전시 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 부산 동구 수정산에서 열린 ‘소요의 시간’에 이어 실험실 씨가 마련한 3번째 기획이다.


실험실 씨 기획, 작가 7명 참가
절영해안산책로 곳곳 작품 설치
관람객, 가이드맵 보며 각자 체험


■관람객 스스로 경험하는 전시

‘소요의 시간’이 스태프, 작가의 가이드로 함께 수정산을 오르고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듣는 개념이었다면, ‘부유의 시간’은 관람객에게 관찰 꾸러미를 나눠주고 스스로 가이드맵을 보며 각자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언택트 관람 방식으로 스스로 관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극대화된 전시다. 관람객은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지참하고 전시에 참여했다.

취재진은 14일 오후 1시께 영도 85광장에서 출발했다. 75광장을 지나 함지골에서 끝나는 산책로를 3시간가량 걸으며 작가 7명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크게 예술 스팟, 식물 스팟, 구술 스팟으로 나눠진 구간에서 작품과 조우하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전지 작가의 만화 ‘음음음’이다. 손바닥 크기의 아크릴에 UV 인쇄한 작품으로 전 작가의 재치있는 상상력이 담겼다. 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도록 산책로 곳곳에 설치해뒀다.

산책로 중 9곳의 식물 스팟에서는 수피(나무껍질)가 인쇄된 카드와 실제 수피를 눈으로 비교해 QR 코드 모양을 맞추면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식물 스팟에서 만난 나무는 사스레피 나무였다. QR 코드를 찍으니 유튜브로 연결됐다. 남부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사스레피 나무는 냄새가 특징적인데, 살균과 진정 작용에 탁월하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팽나무, 예덕나무, 돈나무 등 영도 해안가에서 접하는 식물들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이 만든 작품인 생태를 함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해안가서 주운 쓰레기가 작품으로

강은경 작가의 ‘비치코밍 캔디’는 해안가에서 관람객 스스로가 막대 모양의 인공물과 자연물, 작은 크기의 인공물과 자연물을 주워 오면 강 작가가 먹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콘셉트의 체험형 작품이다. 관람객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주체가 되도록 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해녀공 쉼터에서 만난 강 작가는 “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왔고 여전히 바다에서 채취한 생물을 먹는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아닌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음식과 음식이 아닌 것을 사탕으로 한덩이로 만들어서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적 음식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람객이 만든 작품을 보면 낚싯줄, 음료수캔, 스마트폰 부속물부터 해안가에서 주운 돌과 해초까지 다양한 물질이 섞여 사탕으로 결합돼 있었다. 해양 오염에 대해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한 셈이다.

‘부유의 시간’을 위해 영도 주민의 구술을 채집해 전시의 일부로 풀어냈다. 주민 1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도라는 장소성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부유의 시간’ 책임기획자 김혜경 실험실 씨 아트디렉터는 “‘소요의 시간’ 때는 60명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관람객 주도 참여 방식으로 변경해 140명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역 리서치와 생태, 예술을 결합한 전국 유일 예술 프로젝트로 전시 후에 준비 과정과 영도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북을 발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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