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범행’ 놓친 전자발찌 ‘채우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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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찬 20대 남성이 집 근처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부산일보 5월 14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해 법무부의 허술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 남성이 집을 벗어나 성폭행을 저지르고 전자발찌를 훼손하기까지 4시간 동안 법무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용의자는 법무부의 허술한 시스템을 비웃듯 외출금지시간(오후 10시~오전 6시)이 풀리자마자 거주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여성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부산 동래구 원룸 성폭행 사건
20대, 주거지 인근서 범행 후
전자발찌 훼손까지 저질러도
법무부 모니터링 시스템 ‘깜깜’
동선 아닌 곳 머물러도 확인 안 해

16일 법무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20대 남성 A 씨는 외출금지시간이 끝난 직후인 오전 6시 8분 부산 동래구 자기 집을 나왔다. 그러고는 100m가량 떨어진 피해 여성 집에 오전 6시 9분 배관을 타고 침입했다. 여기서 흉기를 든 채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귀가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후 오전 7시 50분께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처럼 본인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집에 2시간가량이나 머물렀지만 법무부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A 씨는 2013년 미성년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30년 4월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명령에 따라 A 씨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을 벗어날 수 없다.

외출금지시간 외에도 평소 동선과 다른 곳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는 것이 확인되면 법무부는 전화로 성범죄자의 위치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A 씨가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2시간 정도 머물렀는데도 별다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대상자의 ‘이상 행동’ 여부를 보호관찰관들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 이번 사건이 터진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보도자료에서 “A 씨의 경우 평소 오전 6시 이후 주거지에서 벗어나는 행동패턴을 보였고 사건 당일도 평소와 같은 패턴으로 이동해 이상 징후 발견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소 일용직으로 일하며 아침 일찍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이던 A 씨가 사건 당일 집 근처에서 2시간가량 머물렀는데도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 부산보호관찰소는 범행이 벌어진 지 2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부산보호관찰소는 이날 오전 10시 4분 부산경찰청 112센터에 전자발찌 파손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이미 2시간 전에 피해자로부터 범죄 신고를 받고 CCTV 등을 통해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 중인 상황이었다. 동래경찰서와 남부경찰서는 공조 끝에 이날 오후 1시께 도시철도 2호선 광안역에서 A 씨를 검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에 전자발찌를 찬 전자감독대상자는 4468명이다. 박혜랑·손혜림·탁경륜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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