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급물살 타는데, 아직도 고민 중인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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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을 계기로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 설립 논의가 다시금 급물살을 타면서 부산시가 고민에 빠졌다. 대체거래소를 반대해 온 기존 입장을 유지하느냐, 대체거래소 설립을 인정하는 대신 부산 유치전에 적극 뛰어드느냐의 기로에서 그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금융업계에서는 대체거래소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상황 분석과 그에 따른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투협·6개 증권사 참여 준비위
타당성 조사 용역, 7월 결과 나와
“논리 만들어 유치전 뛰어들어야”
“부산 금융중심지 근간 흔들린다”
지역 내에서도 찬반 의견 갈려
빠른 시간 내 市 입장 정리 필요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투협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참여한 ATS 설립준비위원회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에 ATS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겼다. 용역 결과는 빠르면 올 7월 나올 예정이다. 용역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6개 증권사는 ATS 법인을 세우고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요청할 방침이다. 예비인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본인가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영업을 할 수 있다.

대체거래소는 주식의 매매체결 등 정규거래소(국내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업무를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 거래시스템을 일컫는다. 주식의 매매만을 대신할 뿐, 기업공개(IPO) 등 그 외의 업무는 여전히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대체거래소 설립은 2013년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꾸준히 시도됐지만 거래량 규제와 그에 따른 수익성 우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로 매번 좌절됐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거래량 규제가 완화됐고, 특히 지난해부터 주식 활황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 우려가 걷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부산시와 지역 사회, 그리고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 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로 일관했다. 우리나라 증시 규모에는 아직 대체거래소가 시기상조라는 것이 큰 이유다. 대체거래소가 생겨나면 한국거래소의 위상 추락과 수익·지방세수 감소는 물론 금융중심지 위상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도 반대의 한 이유였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최근 입장을 바꿨다.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올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환경의 변화로 대체거래소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 만큼 대체거래소와의 건전한 경쟁으로 투자자들에게 좀 더 편리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대체거래소 설립에 긍정 입장을 밝혔다. 부산으로서는 든든한 ‘아군’을 잃은 셈이다.

오히려 부산 지역 내에서도 대체거래소와 관련해 입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체거래소 설립이 점점 구체화되는 한편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황에서,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산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박영호 실장은 “이제는 대체거래소를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고 여느 지자체보다 먼저 유치전에 돌입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시 내부는 물론 지역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대체거래소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에 더해, 확실하지도 않은 ‘부산 유치’를 위해 굳이 부산이 먼저 대체거래소 필요성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대표는 “가능성이 희박한 부산 유치에 욕심을 내다 오히려 부산 금융중심지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두 주장 모두 부산을 위한 것이고 또한 제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는 것이어서 시(市)로서도 고민이 많다”며 “대체거래소가 급물살을 타는 만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부산의 전략적 입장을 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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