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 낸 적도 없는데… “일당 10만 원 지급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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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연제구 법조타운의 A법무사사무소는 이상한 일을 겪었다. 갑자기 20~30대 구직자들의 전화가 전국에서 쏟아진 것이다. 구인 광고를 낸 적이 없는데, 광고를 보고 전화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10만 원 지급 조건의 직원 채용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 같은 전화는 지난달 28일 걸려오기 시작했다. 수상히 여긴 A(50) 씨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광고가 등록돼 있었다. 구인구직·생활정보 사이트로 유명한 ‘교차로’에 본인 사무실 명의로 전국 광고가 올라와 있던 것이다. 광고에는 최대 ‘20만 원 일당 지급, 법적 지식·학력 무관, 사무보조 직원 채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A 법무사 사무소 이름과 주소까지 같았는데, 채용 담당자로 등록된 전화번호만 달랐다. A 씨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중국어 안내만 흘러나왔다.

부산 법조타운 법무사사무소
전국 구직자 문의 전화 빗발
‘학력 무관, 당일 바로 지급’
‘교차로’에 버젓이 광고 실려
경찰, 보이스피싱 소행 수사

A 법무사사무소로부터 신고를 받은 부산 연제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운반책 등) 모집 소행으로 보고 광고를 올린 일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보이스피싱 사기 무대가 전국 구인광고 플랫폼으로 퍼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2~3차 피해가 우려된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법무사 A 씨 관련 사건을 접수했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당 구인 광고에 채용 담당자로 등록됐던 전화번호는 연락이 두절 상태다. 일당은 부산에 소재를 둔 법무사 사무실로 광고를 올리면서도 근무 지역을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사실상 전국으로 구분했다. 특히 채용 기준으로 학력과 경력 무관을 내세웠고, 일급 10만~20만 원을 당일 바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점도 눈에 띄었다.

A 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교차로 측은 최근에 해당 광고를 내렸다. 하지만 A 씨 사무실에는 여전히 구직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교차로는 서울권, 경상권, 경기권 등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신문과 인터넷 홈페이지로 동시 운영되고 있으며, 구인구직 광고 게재가 대부분이다.

교차로 측은 광고를 접수하면서도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차로 관계자는 “개인 사무실이나 업체의 경우 사업자번호가 있으면, 개인이 광고를 올릴 수 있는데 본인이 맞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누군가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고 광고 조회가 되지 않도록 조치해 둔 상태”라고 해명했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금융기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는 피싱 수법과 비슷하게 신뢰성 있는 개인 직장, 사무실을 도용하는 사례도 잦다”며 “실제 사무실이 있는지, 광고 당사자가 맞는지 등을 확인해야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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