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신중년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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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라이프 사이클과 관련한 새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최근엔 ‘신중년’이라는 말이 많이 떠오른다. 예전 비슷한 나이대에 비해 훨씬 양호한 건강 상태임에도 50세 이후 직장에서 은퇴하는 연령층을 표현하는 용어로 보통 쓰이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50~60대를 신중년이라고 여기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예전 같으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호칭으로 통칭했겠지만, 지금의 신중년은 세월이 달라진 만큼 그때와는 영 딴판이다. 젊은 세대가 하는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뒷방 늙은이’ 취급은 절대 사절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신중년은 건강 상태가 좋아 자신의 나이도 실제보다 7세 정도 어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하는 데도 비교적 능숙해 인간관계나 각종 건강 관리 등도 이를 통해서 한다.

신중년은 이전 세대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사회학적 특징과 뚜렷한 자기 정체성으로 인해 점점 새로운 사회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였던 버니스 뉴가튼(1916~2001)은 은퇴 이후 새로운 세대 구분을 제시했는데, 55~74세는 ‘영 올드(Young Old)’, 75~84세는 ‘올드 올드(Old Old), 그 이후는 ‘올디스트(Oldest)’ 세대로 나눴다. 특히 영 올드 세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핵심으로 신중년이라고 불릴 만큼 대중문화 소비 시장의 주목받는 트렌드가 됐다고 분석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신중년의 역할과 가치가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실에서 신중년이 감당해야 할 인생의 짐은 가볍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직장에서 은퇴하면 당장 막막하기만 한 생계와 낀 세대로서 짊어져야 할 가족 부양 문제는 신중년의 최고 걱정거리다. 신중년으로 접어들면 이런 고민의 무게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신중년 복지’ 개념이 등장한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처음으로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명명하고, 재취업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엊그제는 부산시가 50~64세의 신중년을 지원하는 복지 대책 착수를 밝혔다.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책 분야에도 이제 신중년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모양인데,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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