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기사무소’ 축소… 노후 주택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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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좌천동 좌천동 마을지기사무소.

마을 단위로 노후주택을 상시 관리해주던 ‘마을지기사무소’가 예산 지원 축소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도심에는 부동산 광풍을 타고 첨단 설비의 신축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는 모습과 정반대로 고지대와 산복도로에 위치한 노후주택은 이를 관리해 줄 민간 관리사무소마저 줄면서 주거 격차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 “예산 지원 줄이겠다”
구·군 서비스 줄줄이 후퇴
구역 확대, 부실 관리 불가피
구도심 슬럼화 가속 우려돼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에는 총 50개소의 마을지기사무소가 설치돼있다. 마을지기사무소는 노후주택을 동 단위로 인근에서 유지 관리하는 서비스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공폐가 방지, 인구 이탈 등을 막기 위해 마을지기사무소 사업을 진행했다. 이들 사무소에서는 누수, 누전, 동파 등 주택 보수부터 오래된 수도, 배선 부속품 등 교체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한해 무료로 제공한다. 주민에게는 재료비와 출장비 5000원 외에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다.

지난 2019년 부산시는 설치 3년이 지난 마을지기사무소에 예산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각 지역의 마을지기사무소는 폐쇄되거나 서비스를 축소해나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50 곳 중 29곳은 시비 지급이 중단돼 구비로 운영 중이다. 구비로 운영하는 29곳 중 5곳은 인력과 시간 단축 등 서비스를 축소했고, 12곳은 기존에 여러 곳의 사무소가 통폐합된 곳이다.

마을지기사무소의 축소나 폐지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부산 동구만 하더라도 현재 운영 중인 5개 마을지기사무소 중 2개가 오는 8월 1일 폐쇄될 예정이다. 동구청 도시전략재생과 관계자는 “시비 지원이 종료된 2곳에 대해 구비 확보가 쉽지 않아 폐쇄를 결정하게 됐다”며 “5곳 모두 시비 지원이 종료되면 단계적으로 폐쇄한 후 사무소 하나만 남겨 동구 전 지역을 관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지기사무소 서비스가 대폭 축소되면서 지역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 취지는 퇴색되고 있다. 당초 부산시는 동마다 마을지기사무소를 늘려 아파트 관리사무소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해당 사업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무소 개수가 줄어들면서 한 사무소가 관할하는 서비스 구역이 확대되면서 서비스 질이 낮아진 것이다.

좌천 마을지기사무소의 신영식 마을지기는 “산복도로에는 오래된 주택이 많아 싱크대며 세면대 등 고장이 잦은데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들은 한 번에 10만 원대를 웃도는 수리공을 부르기도 어렵다”며 “마을지기사무소가 이들의 손발이 되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해주면서 주민들의 호응이 좋았는데, 사무소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체계적인 ‘부산형 집수리 지원 시스템’을 주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김재영 의원은 “꾸준한 노후주택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폐가가 늘어나 마을 분위기 전체를 저해하기 쉽다”며 “안정적인 예산지원이 가능한 집수리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도시재생정책과 관계자는 “시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도“사업을 신청하는 구·군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사업 확대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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