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발언에 가상자산 가격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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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13일 오전 7시께(한국 시각)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사용한 차량 구매 결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테슬라 자동차 판매를 위한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지 불과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 급증 우려해 선언
이더리움·도지코인 등 일제히 하락
급락 이후 저점 매수자금 몰리기도
머스크 입장 선회, 비난 여론 쇄도

머스크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환경 이슈를 들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 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여러 면에서 좋은 생각이고, 우리는 가상화폐가 유망한 미래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환경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머스크의 트윗 이후 비트코인은 불과 1시간여 만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6800만 원대에서 6200만 원대까지 10% 가까이 급락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오전 7시 이전 510만 원대 후반에서 거래되던 이더리움은 머스크의 트윗 이후 46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500원 후반대였던 도지코인 역시 400원 후반대까지 빠졌다.

머스크의 한마디가 던진 충격은 컸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급락 2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반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미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5645만 원) 전후로 거래됐다. 그러나 같은 시각 국내 업비트에서는 6500만 원을 다시 회복했다가 6400만 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국제시세보다 10% 이상의 ‘김치 프리미엄’이 생겨난 셈이다.

오전 한 때 업비트로 예치금을 입금하는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비트에선 정확한 원인을 밝히진 않았지만,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저점에서 이를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의 매수자금 입금이 몰려서 생긴 일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은 오전 반등 후 다시 소폭 하락해 오후 4시 현재 6400만 원 초반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490만 원대에, 도지코인은 54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출렁이면서 머스크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문제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 중단’ 이유로 내세운 채굴의 전기 소비에 대한 지적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이라는 데 있다. 수 개월간 비트코인 ‘전도사’처럼 행동했던 머스크가 갑자기 해묵은 문제를 꺼내어 입장을 바꾼 것이 비난의 불씨를 제공했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CEO는 “머스크가 처음에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 그런 우려(환경 악영향)는 어디 있었는가”라며 “머스크가 (테슬라) 주주 자금을 사용해 가상화폐에 도박하기 전에 그다지 많은 공부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분기 2억 7200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각해 1억100만 달러의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을 띄워놓고 ‘먹튀’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각종 SNS에서는 ‘시장 조작을 의도적으로 일삼는 거짓말쟁이이자 악당’이라는 글들이 쏟아졌고, 심지어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띄우기 위해 비트코인 악재를 일부러 터트렸다는 음모론까지 퍼졌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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