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갖고 다녀야 탈 수 있다면, 이용 말라는 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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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단속 강화 첫날

“헬멧(안전모)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니 황당하네요. 내일부터는 헬멧을 챙기기가 번거로워 아마 킥보드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네요.”

13일 오전 9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정문에서 만난 이 학교 재학생 최 모(21) 씨는 “전동킥보드 관련법이 개정됐다는 소식을 뉴스 접하기는 했는데 헬멧을 써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이날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등교하는 길이었다.

이날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안전 규정이 강화된 첫날이었다. 평소라면 부경대 정문도 전동킥보드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볐을 테지만 이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도·자전거도로서만 주행 가능
인도·횡단보도서는 끌고 가야
부산 4000대, 이용자 드물어
일반 행인들은 규정 강화 ‘반색’

이날 오후 해운대 해변가, 수영강변 등지에서도 공유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 정도였다. 부산 지역에는 9개 업체가 4000대 넘는 전동킥보드를 운영 중인데, 광안리·해운대 지역에 3500대 정도가 배치됐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13일부터 전동킥보드 사용 때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범칙금 2만 원을 내야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때 부과되는 범칙금은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랐다. 음주 측정에 불응하면 내는 범칙금도 10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높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통행도 차도와 자전거도로에서만 허용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차도로 다닐 땐 가장 바깥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경찰은 이날 전동킥보드 이용이 많은 대학가, 해수욕장 주변 등에서 사용자 계도에 나섰다. 경찰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탄 학생을 멈춰 세우고 강화된 도로교통법을 설명하며 안전모 착용 등도 안내했다. 단속에도 인도로 통행하거나, 횡단보도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날 헬멧은 썼지만 인도로 달려 법을 어긴 한 여성도 “아까 2분 전에는 차도로 달렸는데 차들이 빵빵거려서 너무 무서웠다”며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오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헬멧 착용과 차도 이용 등 안전규정이 강화된 탓에 사용 자체를 포기하는 이가 많았다. 대부분의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헬멧을 제공하지 않아 개인이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차도에서도 차량과 함께 통행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안전 규정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자기 소유의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날 광안리해변을 지나던 이 모(41) 씨는 “집에 전동 킥보드가 있는 사람들은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겠지만 간편하게 도로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잠깐 타는 사람들에게 이걸 모두 지키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실상 타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반면 행인들은 킥보드가 줄어든 것을 반기기도 했다. 광안리 인근에 사는 신 모(33) 씨는 “저녁에 광안리를 따라 조깅을 하는데 아무렇게나 인도로 다니는 전동킥보드들 때문에 운동하기가 매우 위험했다”며 “법 강화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인도를 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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