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격화에도 힘 못 쓰는 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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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건물이 대거 무너지고 사상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 여부에 주목하고 나섰지만, 국제 사회가 양분되면서 중재를 위한 국제 합의는 요원한 실정이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가자지구를 350여 차례 공습해 가자지구 내 고층 건물 대다수를 파괴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1600발이 넘는 로켓탄을 발사했다. 이 같은 양측의 무력 충돌은 2014년 50일간 지속됐던 교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라엘군-하마스 연일 교전
건물 파괴·민간인 희생자 등
양측 피해 규모 갈수록 확대
유엔 안보리 공동성명 또 무산
국제사회도 둘로 쪼개져
갈등 중재 가능성마저 희박
“전쟁범죄 발생할 가능성 커져”
국제형사재판소, 우려 목소리


이에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6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17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 86명을 포함한 부상자는 4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에서도 6세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ICC의 파투 벤수다 수석 검사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고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전쟁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벤수다 검사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와 그 주변에서 폭력이 증가하는 것과 로마 규정하의 범죄가 저질러질 가능성에 큰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엔은 공동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 안보리는 12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두 번째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이번에도 첫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채택에 찬성했지만 이스라엘과 동맹인 상임이사국 미국의 반대로 공동성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찬성해야 공식적인 대외 입장을 낼 수 있다.

이에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프랑스, 노르웨이, 아일랜드, 에스토니아는 이날 별도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이스라엘도 정착촌 관련 활동과 파괴, 축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 두둔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겨냥한 하마스와 다른 테러집단들의 로켓 공격을 규탄했다”며 “그는 이스라엘의 안전보장, 이스라엘이 자국과 자국민을 수호할 적법한 권리에도 변함없는 지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역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로켓 공격에 대항해 정당방위를 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행동은 인류 공동체의 결정과 기본적 인권, 국제법, 모든 인류의 가치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이는 반드시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도 이스라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행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동예루살렘 집에서 계속 강제로 불법 퇴거시키는 것과 더불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AU는 오랫동안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정당한 독립 주권국가 추구를 지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 등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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