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대교’ 세금 610억 아꼈다? 운영사도 610억 더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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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부산항대교 운영비 재협상이 외려 운영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4년 운영을 시작한 부산항대교. 부산일보DB

민간운영사 수익 보전을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부산항대교를 놓고 부산시가 뒤늦게 운영비 재협상 절차에 돌입했다. 시는 ‘자금 재구조화’를 통해 600억 원 상당의 재정을 아끼게 됐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운영사 역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시민 입장에선 ‘알맹이 없는 재협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자금 재구조화 내막은 금리 인하
7~8%대 대출금리 3%대로 변경
민투법 따라 610억씩 수익 나눠
시, 이익금 안 받고 지원금 감축
MRG 비율·불변통행료 낮춰
시민단체 “생색내기·뒷북 협상
최초 잘못 설계된 협약 바꿔야”

부산시와 부산항대교 운영사 북항아이브리지(주)는 지난달 30일 자본구조 변경, 타인자본 조달조건 변경을 골자로 자금재조달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자본구조 변경, 타인자본조달조건변경은 운영사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의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시와 운영사가 체결한 최초 협약서에 따르면 운영사는 2006년 건설 협약 체결 이후 2008년부터 복수의 금융권으로부터 7~8%대 금리로 총 건설비 5150억 원 중 48.4%인 2493억 7800만 원을 대출했다. 운영사는 이후 통행료 수입과 부산시 지원금 등으로 대출금 이자를 지급해 왔다.

최초 협약 당시와 달리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자 운영사는 지난해부터 금리 변경을 추진해, 3%대 금리로 일부 대출 상품을 변경했다. 금리 변경에 따른 이익은 최소 1220억 원으로 추정된다. 공유이익은 절반씩 나눠야 한다는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민투법)에 따라 운영사와 부산시는 610억 원씩 수익을 얻게 됐다.

시는 해당 이익금을 환수하는 대신 기존 협약을 변경해 운영사에 주는 지원금을 이익금만큼 줄이기로 했다. 610억 원을 역산해 기존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추고 불변통행료(물가상승분 반영 전 요금)도 1034원에서 1004원으로 30원 낮추는 협약 변경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변경안대로라면 운영사 수입이 외려 늘어나는 구조다. 시 지원금이 줄더라도 결과적으로 저금리로 인한 610억 원의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부산항대교 운영사 관계자는 “운영사 입장에서는 수입 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합의서를 만들었고 시와 운영사 모두 윈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통한 부산항대교는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3만 7161대가 통행했고, 운영사는 통행료 수익으로만 1276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더해 운영사는 MRG와 요금동결(소형차 기준 1400원)에 따른 보전금 명목으로 시비 약 287억 원을 받았다. 2022년부터 운영 기한이 끝나는 2044년까지는 MRG로 310억 원, 요금동결 보전금 1920억 원 등 모두 2230억 원의 시비가 추가로 운영사에 지급될 예정이었다.

시는 운영사의 수익이 줄어드는 요금 인하 등의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금융상품 변경을 통해 결과적으로 운영사에 줄 지원금을 깎는 차선책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재구조화를 위해 운영사를 설득해 왔다”며 “올해까지 재구조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향후 천마산, 산성터널에도 재구조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어렵사리 자금 재구조화를 진행하더라도 운영사가 6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추가 이익을 얻게 되는 현실은 민간사업자에 유리하게 설계된 민자도로 협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여실히 보여 준다.

더욱이 이 같은 재구조화를 두고 저금리 시대가 수년째 이어져 온 상황에서 ‘뒷북 협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운영사가 수년간 7~8%대 고금리를 낸 비용이 결국은 시민이 지불한 통행료와 시 지원금에서 나온 것이어서 금융상품을 일찍 바꿨다면 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인다.

또한 이번 재구조화에는 법인세가 27%에서 22%로 5%포인트 인하된 부분도 반영됐는데, 법인세 인하가 2012년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수십억 원의 보조금이 들어가는 부산항대교의 재구조화는 최초 협약상 운영기한 등 잘못 설계된 내용 전반을 바꿔야 한다”며 “부산시가 금리 인하 수익분으로 생색을 낼 게 아니라 MRG 같은 독소조항을 폐기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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