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독들의 무덤’ 롯데 야구, 언제 팬 성원에 보답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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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얘기를 하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봄철에는 제법 승부욕에 불타 이른바 ‘봄데’라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올해는 어이없는 경기 내용으로 시즌 시작부터 일찌감치 내리막길을 걸었다. 야수들이 돌아가며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질 않나, 최고참 거포가 갑자기 포수 마스크를 쓰질 않나, 비정상적인 야구에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꼴찌로 추락하더니 결국 시즌 30경기를 소화한 시점에 사령탑이 교체되고 말았다. 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2군 감독인 래리 서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불러올린 것이다. 타 구단에 비해 손색없는 전력을 갖고도 늘 성적은 시원찮은 것이 롯데 야구의 기이한(?) 특징이다. 지금 부산 시민과 야구팬들은 그러잖아도 힘든 시국에 롯데 야구가 짜증을 부채질한다고 성화다. 도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리겠느냐는 질타를 롯데가 과연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기대 못 미친 경기력, 결국 꼴찌 추락
감독 경질 근본적 쇄신으로 이어져야

잇단 리더십 논란 끝에 임기 절반도 못 채운 채 감독이 경질됐지만, 롯데 사령탑의 잦은 교체는 전혀 낯설지 않다. 지금까지 KBO 리그 소속 구단에서 정식 감독을 맡은 인물은 총 68명인데 이 중 롯데 감독이 17명이나 된다. 무려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번 경질로 롯데는 스무 차례나 감독 계약서를 쓴 KBO 리그 사상 최초의 구단이라는 기록도 썼다.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결코 허언일 수 없다. 최근 10년간 6명의 감독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고 그렇게 날린 돈만 20억 원이 넘는다.

팬들이 가장 많이 추억하는 제리 로이스터와 양승호 감독 체제가 끝난 2012년 이후 롯데는 만년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으로 전락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의 정규 시즌 누적 성적을 종합해 보면 전체 8위에 불과하다.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기보다는 구단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비난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팬들은 매년 ‘혹시나’ 하는 고질적인 희망 고문에 시달리곤 했다. 인근 경남 연고지인 NC 다이노스가 강팀으로 거듭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고, 유통 라이벌 SSG 랜더스가 신생팀임에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부산 야구팬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감독을 바꾼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임시방편의 미봉책이 아니라 환골탈태 수준의 근본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은 입이 닳도록 지적해 온 바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프런트와 선수단의 일치단결, 치밀한 준비를 통한 경기력 향상, 유망주 발굴·육성 등을 위한 장기 전략을 조속히 짜야 한다. 야구팬들의 응원이 그 어느 곳보다 웅대한 곳이 부산이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은 못할망정 응어리진 가슴을 더 짓밟아서야 되겠나. 롯데 야구, 이제 거듭된 ‘헛스윙’을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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