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금속 폐광 앞 백양산 웰빙숲, 시민 안전대책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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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찾는 ‘백양산 체험형 웰빙숲’이 중금속에 오염된 부산 사상구 경창광산 근처에 자리 잡고 수년간 운영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운수천 중·하류에 위치한 경창광산과 웰빙숲 도보 덱 간 거리는 실제로 40~50m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운수천 상류에도 숲속테마놀이터, 편백가족쉼터 등 휴양림이 조성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연간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폐광산의 영향으로 꾸준히 중금속이 검출되는 곳에 애써 찾아가 무방비로 숨을 들이쉬었다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동안 시민들이 입은 중금속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는다는 말인가. 개념 없는 무사안일 행정이 시민 건강을 해치고 있다.

위험한 지역에 휴양시설 운영은 잘못
더 큰 피해 없도록 신속한 조사부터

더 괘씸한 것은 구청이 웰빙숲 조성 사업 이전부터 폐광산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상구는 웰빙숲 조성 이전인 2008년부터 부산보건환경연구원과 경창광산 주변 오염 실태조사를 했다. 더욱이 경창광산 일대는 부산환경기술개발센터 등 다른 전문기관도 오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위험성이 알려진 지역이라고 한다. 어린이 휴양림이 있는 계곡 상류 물에서 먹는 물 기준에 육박하는 0.01mg/L의 납이 검출됐다니 미래세대에게 너무 미안하다. 구청 관계자의 “담당 부서가 달라 해당 내용이 공유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해명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2020년 폐광산 주변 환경오염도 결과’에 따르면 경창광산 주변 토양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납, 아연, 카드뮴, 비소가 검출됐다. 납과 카드뮴은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무서운 유해 중금속이다. 이처럼 독성이 매우 강한 납이 토양오염대책기준(1200mg/kg 이하)의 3배에 달하는 3528.5mg/kg이나 나온 곳도 있었다고 한다. 광석 찌꺼기의 비산 거리는 5km에 달한다. 폐광산과 가까운 웰빙숲이라면 유해 중금속이 비산 먼지 등으로 인체에 손쉽게 유입될 수 있다. 납 범벅인 폐광산 옆에 힐링숲이 조성된 사실을 알았다면 가족들과 일부러 갈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었겠는가.

폐광산을 타용도로 쓰려면 실태조사를 거치고 유해방지대책을 세운 뒤에 하는 게 정상이다. 폐광산 오염도 조사 결과가 뻔히 나와 있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웰빙숲 사업을 강행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경창광산은 단 한 차례도 광해방지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도 매년 중금속 수치만 조사했지 후속 조치가 없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산시에 여러 차례 알렸지만 역시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웰빙숲을 당장 폐쇄할 수 없다면 주변에 경고 안내판부터 세워 그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주민 건강 상태에 대한 실태조사도 서둘 필요가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폐광 주변에 대한 시민 안전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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