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관의 남북 시선] 대북 정책 ‘견인하는’ 한·미 정상회담 기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다음 주말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바이든 정부의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정상회담을 우선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대북 정책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념 연설에서 언급했듯이 과거 민주당 오바마 정부처럼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대북 정책의 다른 표현인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도발에 무시로 일관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이 돼 버렸고, 북한의 핵 무력이 더욱 증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새 행정부 정책 방향 탐색기
다음 주말 바이든과 첫 대면 중요

대북 정책도 새로운 시험대 올라
다양한 선택지 놓고 모색 중인 듯

북, 미 의도 파악 도발 가능성도
상황 타개 위해 외교 역량 쏟아야


여기에 반해 트럼프 정부는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빅딜 또는 패키지 딜’을 시도했다. 즉 일괄타결 방식을 위해 정상이 먼저 만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킨 것은 큰 성과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북한의 핵 활동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북·미 관계도 얼음장으로 변해 버렸다.

당시 야당인 미국의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준비 없는 탑다운 방식이 가져온 실패라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자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버텀업(bottom-up)’ 방식을 취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일괄 타결보다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볼 수 있었다. 트럼프 방식도 아니지만, 과거 오바마 시대와 같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은 개괄적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짐작만 할 뿐이다. 아마도 한반도 주변 상황 변화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백악관과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은 상당한 정보의 종합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체로 미국은 새 대통령이 결정되면 4년에 한 번 이루어진다는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보고가 진행된다. 이 보고는 CIA를 포함한 16개 정보기관의 정보를 종합해 만들어진다. 전 세계의 트렌드와 수십 년간의 전망이 포함된다. 4년 전 트럼프에게 전달된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에서 중요한 대상은 중국과 일본이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그 뒤를 잇는다. 역시 인구가 많고 경제적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들이 우선순위에 자리한다.

핵 문제가 걸려 있는 북한에 대한 보고 역시 별도 장에서 적지 않게 다뤄졌다. 보고가 이루어진 2017년 상반기 상황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랬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북한이 가장 많은 도발을 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행보도 빨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북한은 핵무기와 ICBM 실험을 ‘3년 5개월’간 중단한 상태이다. 올해 NIC 보고서에 북한에 대한 시급한 위험성이 보고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국무부는 여러 차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거부했다. 며칠 전 대화 제안에는 북한이 “잘 접수했다”라고 했다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앞서 3월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의 담화에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한 바 있다. 북한을 움직이려면 북한에 대한 관계 개선 또는 제재 해제 등 유인책이 필요한데, 아직 미국이 이런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문제는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 관계도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미국은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은 채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한다면 머지않아 북한이 도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일본과 미국의 괌 공군 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실험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는 중국 압박이 최우선 과제이고, 미·일안보조약과 ‘쿼드 안보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한국과 관계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한반도 위기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바이든 정부 초기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 외교가 할 일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대해 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