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보복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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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자주 가는 한 음식점의 주인이 요즘 신바람이 났다. 4~5월 고객이 크게 늘어 하루 매출액이 많을 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영업제한 시간 준수와 5인 이상 동석 금지, 탁자 간격 띄우기 등 영업방법과 메뉴가 바뀐 것이 전혀 없는데도 최근 가게를 찾는 손님이 부쩍 증가했다고 한다.

가족 모임이 많고 날씨가 좋은 5월 들어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코로나19 1차 유행 여파로 극도로 나들이를 꺼렸던 지난해 이맘때와 판이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겪으면서 대처 능력을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거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진 탓일 게다.

바깥 활동이 활발한 분위기에 편승해 소비가 폭발적인 증가세에 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지난 3월 매출은 지난해 동월에 비해 21.7%나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직접 방문에 힘입어 1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1.2%로 온라인(14.3%)의 2배가 넘는다. 온라인을 포함한 유통업계 전체의 2분기 매출 실적은 1분기보다 훨씬 나아질 전망이다. 덩달아 유통업계 뉴스는 ‘화색이 돈다’ ‘훈풍이 분다’ 등 모처럼 밝은 내용 일색이다.

이 같은 소비 호조세를 가리키는 ‘보복 소비’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해 회자한다. 외부 요인으로 억제된 수요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인 ‘펜트업(Pent-up) 효과’에 소비 개념이 더해진 신조어다. 이는 코로나19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외출 욕구가 큰 봄과 백신 접종을 틈타 보상심리로 작용하면서 한꺼번에 분출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제는 유통·요식·여행업계 등이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 보복 소비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당분간 보복 소비가 확산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증권가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보복 소비 관련주와 수혜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문제는 소득의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소비 양극화마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복 소비가 명품이나 고가품 구매 활성화로 이어지는 한편에서는 장을 보러 갈 돈도 궁하다는 가정이 숱한 실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민생 안정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또 되살아난 오프라인 소비 욕망이 코로나19 방역 전선의 위해 요소로 작용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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