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가까운 곳에…” 중학교 위치 놓고 쪼깨진 거제 상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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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상문동에서 신설 예정인 중학교 입지를 두고 주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 붉은색 원이 기존 추진위 안, 초록색 원이 새 추진위 안이다. 거제시 제공. 지도 캡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지역 최대 주거단지로 급성장한 경남 거제시 상문동에 중학교 신설이 추진된다. 인구수는 지역에서 두 번째인데, 중학교가 없어 갈수록 주변 학교 과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할 교육청이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학교 위치를 놓고 지역 내 두 개의 추진위가 구성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대로는 학교 설립 지연이 불가피하고,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파트 느는데 중학교는 없어
원정 등하교·과밀 학급 심화
거제교육청 2025년 개교 검토
추진위 두 곳 생겨 주민 갈등

거제시와 거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상문동 인구는 3만 4460명(1만 1946세대)으로 고현동(3만 5265명, 1만 5198세대) 다음이다. 최근 10년 새 10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공동주택이 연거푸 들어서며 급증했다. 학생 수는 오히려 상문이 고현보다 많다.

그런데 급격한 성장 탓에 아직 중학교가 설립되지 않았다. 거제에 중학교가 없는 곳은 전체 18개 면·동을 통틀어 남부면과 상문동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상문동 3개 초등학교 졸업생은 고현지역 중학교로 분산 배치돼 매일 원정 등하교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우선 상문동이 속한 18학교군 내 중학교의 경우, 올해 1학기를 기준으로 1학년 학급당 학생 수가 32명에 달한다. 기준치(학급당 28명)를 훌쩍 넘어선 과밀 학급이다. 여기에 현재 장평·고현·상동 지구에서 주택설립인가 완료나 분양, 공사 중인 사업만 5876세대로 2024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이듬해는 평균 학생 수가 36.2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교육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걸어 통학하는 데 적게는 25분, 많게는 1시간까지 걸려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이에 거제교육청은 오는 202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가칭)상문중학교 신설을 검토 중이다. 거제교육청은 문동동 538-2번지와 상동동 58-1번지 2곳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최종 부지가 선정되면 연말까지 도시계획시설 입안과 교육환경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제시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변광용 시장은 지난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을 찾아가 교육청이 상문지역 중학교 신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변 시장은 “필요하다면 거제시가 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시비를 투입하는 등 전방위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박 교육감 역시“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역 여론이다. 아직 설립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 학교 입지를 두고 주민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계속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019년 구성된 ‘상문중학교 추진위원회’에 이어 최근 ‘상문동권역 중학교 설립(유치) 추진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졌다.

기존 추진위는 거제교육청이 과거 진행한 교육환경평가 검토 등을 근거로 문동 들판을 적지로 꼽는다. 반면 새 추진위는 주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지를 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내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에 교육청이 난처해졌다. 부지 결정이 늦어질수록 학교 신설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청은 일단 갈등 봉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부지 가능 지역에 대한 구체적 검토와 함께 갈등 최소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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