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범벅 폐광 코앞에 ‘웰빙숲’… ‘개념 없는’ 사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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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의 중금속에 오염된 부산 사상구 경창광산(부산일보 5월 6일 자 3면 보도) 일대에 가족 휴양림이 조성돼 수년간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이 폐광산의 위험성을 알고도 무개념 행정으로 시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사상구에 따르면 사상구 모라동 경창광산 앞 운수천에 ‘백양산 체험형 웰빙숲’이 조성돼 운영 중이다. 구청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2km 구간에 24억 원을 들여 숲속도서관, 다목적 덱 쉼터 등 휴양 시설을 설치했다. 운수천 중·하류에 위치한 경창광산과 웰빙숲 도보 덱 간 거리는 불과 40~50m 정도다.

4년 전 운수천에 가족휴양림 조성
경창광산 근처에 도보 덱 설치
주변 토양·계곡수 중금속 오염
매년 수만 명 찾아 시민 건강 위협

운수천 상류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유치원 소풍이 잦은 곳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연간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지역은 폐광산 영향으로 꾸준히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어 시민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말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2020년 폐광산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창광산 주변 토양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납, 아연, 카드뮴, 비소 등이 검출됐다. 특정 지점에선 최대 3528.5mg/kg의 납이 나와 토양오염대책기준(1200mg/kg 이하)의 3배에 달했다. 어린이 휴양림이 있는 계곡 상류 물에서도 납이 0.01mg/L 검출돼 먹는 물 기준(0.01mg/L 이하)에 육박했다.

사상구는 앞서 2008년부터 부산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경창광산 주변 오염 실태조사를 벌여 왔다. 오래전부터 폐광산의 위험성을 알고도 한쪽에선 휴양림 조성 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신현무 교수는 “오염도 조사 결과가 뻔히 있는데 웰빙숲 사업을 강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창광산 일대는 부산환경기술개발센터 등 다른 전문기관도 오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위험성이 알려진 지역이다. 사상구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당시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담당부서가 달라 해당 내용이 공유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승훈·남형욱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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