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검출 광산 일대 민가 밀집… 경고판 없고 주민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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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납석광산·경창광산 가 보니

중금속에 오염된 부산 폐광산들이 광해방지사업은커녕 최소한의 경고 안내판도 없이 십수 년째 방치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되는 광산 반경 1km 안에는 마을과 농원이 들어섰고, 도심 속 납 범벅 광산은 ‘힐링숲’으로 조성돼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기납석광산, 계곡수 붉은빛
토양 산성화에 소나무 키 안 커
철·납 침전물, 주변 바위 착색
중금속 초과 오염 경창광산
갱구서 인증샷,갱도에 동굴법당

■‘옐로보이(Yellowboy)’ 현상 심각

지난 5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백운산 중턱.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정도의 비포장도로 옆으로 계곡수가 흐르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붉은빛이 옅게 나돌았다. 철, 납석 찌꺼기 등 중금속 침전물이 주변 바위나 돌에 착색된 ‘옐로보이’ 현상이다.

계곡을 따라 오를수록 붉은빛은 선명해졌다. 5분 가량 오르자 갱구가 없는 ‘노천 광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1980년대 운영되다 1992년 폐광된 임기납석광산이다. 토양은 석회를 뿌린 듯 희끗희끗했다. 주변 정화를 위해 심은 소나무는 성인 무릎 높이보다도 작았다. 중금속 탓에 토양이 산성화돼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다.

꽃과 나무가 우거져야 할 산 중턱은 붉은빛 암석이 가득했다. 황철석 성분이 많이 함유된 광석이 공기에 노출돼 붉게 산화된 것이다. 동행한 경성대 환경공학과 신현무 교수는 “오염원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산성화된 광산수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2020년 폐광산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이 광산에서는 비소 검출량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대 3배 초과했다. 광산 유출수는 pH가 4.4인 산성수로 조사됐다.

광산 일대는 현재 상수도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유출수는 수영강 상류로 유입돼 회동수원지로 흐른다. 계곡수 합류지점 맞은편엔 경남 양산시 창기마을이 있다. 100여 가구가 살고 있지만 산성수나 토양 오염 관련 경고판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마을 한 70대 주민은 “과거 광산업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 광산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면서 “그 일대가 오염됐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납 범벅 광산에서 ‘방문 인증샷’

이튿날, 부산 사상구 모라동 백양터널 앞. 터널에 진입하지 않고 오른쪽 길로 돌아 올라가면 ‘백양산 체험형 웰빙숲’ 입구가 나온다. 폭 10~20m의 계곡을 따라 400m가량을 오르니 한 ‘동굴법당’ 표지판이 나타났다. 계곡 양쪽으로는 ‘계단식 경사면’을 따라 경작이 한창이고, 민가도 1~2채 보였다. 40~50m 정도 올라가자 흰색 출입문이 달린 갱구가 나타났다. 열린 문 안으로 갱도를 따라 30m가량 들어가니 불상이 놓인 제단이 나왔다. 허리를 굽혀야 할 만큼 낮은 동굴 천장에선 유출수가 계속 떨어졌고, 자연석 벽도 젖어 있었다. 갱구 근처나 산책로 어디에도 중금속 오염을 알리는 경고판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웰빙숲 방문객이 경창광산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은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경창광산 갱 입구와 주변토양에선 납·아연·비소·카드뮴 등 중금속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선 납 겁출량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의 8배, 토양오염대책기준의 3배에 달했다.

중금속 오염 지역이지만 임기납석광산과 경창광산은 단 한 차례도 한국광해관리공단의 광해방지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임기마을 최창호(58) 이장은 “과거 두어 차례 심각성을 부산시 등에 알렸지만 큰 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동아대 환경보건센터 홍영습 센터장은 “금속 광산 주변 오염도는 산업단지, 매립장보다 훨씬 높다”면서 “폐광산 주변 5km 이내 환경관리와 주민건강관리가 동시에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승훈·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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