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송카우 계곡의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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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1949~)

갈대숲에 달빛 내린 걸 본 적 없지만

저녁노을에 잠겨 아름다운

송카우여, 물소들이 몰려와 목을 축이고

이름 모를 새들도 운다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은 없지만

피멍울 진 민병대원의 시체가 떠오른 날

남편 따라 뛰어들어 죽은

아낙이 머리 푼 채 떠오르기도 했다지만

흘러 흘러서 살아 있는 강물이며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가슴을 흘러

어린 한국군의

갑갑한 속마음도 씻어내릴 것

달빛이 갈대숲에 내리는 걸 본 적 없지만

아름다워라

저녁노을 잠기는 송카우 계곡이여

시집 (2019 복간) 중에서


유소년 시대에 6·25 전쟁을 겪고 이삽십 대가 되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이 땅의 칠팔십 대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조국일까? 동족상잔의 기억을 안고 남의 나라의 통일을 위해 피를 흘렸던 과거를 기록으로 남겨야 했던 70대 노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전우여 억울하신가 대답하게나/ 자유수호는 허울 좋은 개살구 이름/ 너와 나는 연약한 배달의 자식/ 누구를 위해 피 흘리는지’.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인 파월 장병의 이중성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시인은 이 시집을 내면서 양심의 상처가 아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월은 흘러 따이한과 베트콩 청년은 초로의 노인이 되었다. 제국과 식민의 기억을 공유하는 두 나라의 역사는 이제 용서와 화해를 하고 있을까? 이제 이 땅의 이삼십 대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데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칠팔십 대는 어떻게 치유 받고 용서 받았을까?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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