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도시건축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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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의 세계적 권위자 찰스 랜드리. 그는 자신의 책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에서 “도시가 지닌 울림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로 시민에게 그 영향을 끼친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시나 도시건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시민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나아가 도시의 긍정적 울림은 그 도시에 대한 자긍심으로 표출된다. 그렇다면 부산이란 도시는 어떨까? 지금의 모습은 긍정적이며, 과연 부산의 자긍심이라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도시건축만 놓고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최근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 열린 도시건축포럼B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시장에게 바라는 도시건축의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한 김승남 A Company 대표는 ‘부산시장에게 바라는 도시건축’을 13가지로 열거해 제시했다. 이 중 몇 가지는 의지만 있다면 당장 이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부산의 도시 건축이 도시의 자산인 자연과 역사·문화 자원의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김 대표의 말은 지당하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너무 빠르게 우리의 기억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도시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이 남아 있으며 아이들은 이를 보고 만지며, 느끼면서 성장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물질적 만족만큼이나 역사와 문화·자연이 주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은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한다.

“공공 공간 확충에 힘쓰며, 공공 공간을 함부로 개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현하자”는 말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도시 발전을 구실로 공공 공간의 사유화가 너무나 많이 진행되었고, 시민과의 충분한 소통 없는 ‘깜깜이’ 개발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시민 또는 주민 참여 의무를 제도화하자”는 제안도 빠를수록 좋다. 도시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연구 자료나 전문가 의견은 어떤지를 주민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는 모두에게 뭔가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 단, 도시가 모두에 의해 창조될 경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이 도시를 만들지 않으면 시민들은 그 도시를 사랑하지 않는다. 소통하는 도시가 아름답다.

도시는 생물이다. 매일 숨 쉰다. 때로는 수직으로, 때로는 수평으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게 도시다. 이제 어떤 도시를 그려 나갈지 시장만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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