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생태계 살린다지만… 입길 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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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피해 본 예술인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상 최대 규모로 내놓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논란이다. 위축된 예술 생태계를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획기간이 짧았던 만큼 공공예술에 주민 의견 등 ‘공공’이 빠졌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020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전국 228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총 948억 원 예산이 투입돼 ‘문화계 뉴딜’로 불리는 거대 프로젝트다. 부산에서 13개 구군에서 64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23일 해당 사업 안내서가 예술계에 배포됐고 3개월 만인 10월에 접수가 끝났다.


코로나 피해 예술인 지원 위해
부산서도 64억 규모 미술 공모
기획기간 짧아 주민 소통 아쉬움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코로나19로 작품활동이 줄어든 지역예술인들의 일자리 지원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증진에 그 목적을 둔다. 부산시는 해당 사업의 전체 예산 중 55%를 인건비로 산정하고, 사업별 참여 예술인 인원 수를 최소 37명으로 정해뒀다.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에 사업 취지가 있는 만큼,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인건비에 투입한 것이다.

터무니 없이 짧은 예술인 선정 기간을 두고 시민들과 문화 예술계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 안내서를 받은 뒤 3개월 안에 작품 기획을 마무리 해야 해, 지역에 설치되는 작품이면서도 정작 주민 의견 반영이 부족해 공공예술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최근 부산 동구 초량천에 조성된 일부 공공미술 작품에 주민들의 반발(부산일보 5월 10일 자 10면 보도)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량전통시장의 상인 이 모씨는 “초량 예술정원 작품은 사후 관리가 어려워 심하게 훼손되면 흉물로 남을 수밖에 없을텐데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더 논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 이보성 수석 큐레이터는 이번 사업이 시대착오적인 과정이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큐레이터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공장소에 두는 것은 1960년대 공공미술의 개념”라며 “최근 공공예술은 그 지역 주민들과 교감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서너달에 불과한 짧은 기획기간을 고려하면 주민과 충분한 소통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예술기획가 이 모 씨(34)도 “이번 사업처럼 지원금 나누기 형태로 진행한다면 예술인 지원이라는 목적은 달성하더라도 공공적 가치는 실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술인 지원 사업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한 예술기획가는 "자영업 몰락을 국가경제의 몰락으로 보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처럼 1년 반 넘게 위축된 예술생태계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부산시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의 내용을 갑작스럽게 통보받아 진행하다보니까 기획기간이 짧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 문화재단에서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만족도를 확인하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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