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강도 ‘자가치유 신소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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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온에서 절단되어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치유 기능을 가지면서 신발 밑창만큼 질긴 소재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 소재는 지금까지 개발된 자가치유 소재 중 기계적 강도가 가장 높다.

한국화학연구원과 부경대 공동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적 강도를 갖는 자가치유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자가치유 소재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실제 피부처럼, 외부 환경에 의해 손상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고분자 재료이다.

화학연구원·부경대 공동 연구팀
인장 강도, 43메가파스칼 이상

의류·신발·타이어·자동차·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소재 수명을 높이기 위해 자가치유 고분자를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무른 특성 때문에 인장 강도(끊어질 때까지 잡아당기는 힘)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자가치유가 잘 되려면 분자 간 결합이 느슨한 젤리처럼 부드러운 상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화학연 오동엽·박제영·황성연 박사 연구팀은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자가치유 능력이 좋은, 두 가지 모순된 속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외부 마찰이나 충격을 받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졌다가 이후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회복하는 원리이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인장 강도가 43MPa(메가파스칼) 이상으로,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자가치유 소재의 인장 강도 최고 기록은 일본 동경대나 이화학연구소(RIKEN)의 20∼30MPa 정도였다.

또한 신규 소재는 외부 압력의 세기에 따라 물질이 단단해지는 정도가 달라진다. 외부 압력의 정도에 따라 고체와 젤리 상태를 오가면서 충격의 흡수를 조절하고 스스로 손상도 회복하는 것이다.

부경대 고분자공학과 엄영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화학연에서 개발한 자가치유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본 소재는 점도가 높지 않아 가공이 쉬워 다양한 모양의 제품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동엽 박사는 “차세대 롤러블·폴더블 스마트폰을 여러 번 접었다 펴는 과정에서 본체가 하얗게 변하는 등 피로 손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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