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리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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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고대 이집트 문명을 가져다주었다는 희랍의 신 오시리스를 죽인 형 세트는 그 시체를 여러 조각을 내어 사방에 버린다. 오시리스의 아내 이시스는 여러 해에 걸쳐 남편의 사체를 모았지만 음경은 끝내 못 찾아 나무로 이를 대신 만들어 관계를 했고 그렇게 호루스 신을 잉태하게 된다. 비록 신화이기는 하지만 인류에 있어서 최초의 성 보조물 얘기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동인도회사를 차리고 세계무역을 주름잡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찍부터 남자들의 성욕을 해소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 그 중의 하나가 ‘더치 돌(네덜란드 인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 크기의 인형모양 풍선 같은 것으로 여자의 질 같은 모양의 함몰 부위를 만들어 음경을 삽입하고 사정까지 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있었다고 한다. 가히 네덜란드판 죽부인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놀라운 재료학의 발달과 함께 이런 인형들은 엄청난 진화를 하게 된다. 유명 여배우의 얼굴이나 몸매를 갖기도 하고 온도도 조절할 수 있어 마치 감각적으로 산 사람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도 했다. 사람들은 이를 실제인형이라는 뜻의 ‘리얼돌(real doll)’이라 불렀다.

리얼돌 애용자들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외로우며, 바가지를 긁는 일도 없고, 비용이 별로 안 들어 매우 경제적이며, 싫증나거나 부서지면 언제든 부분 교환이나 수리도 된다. 시행공포 같은 게 없으니 발기부전, 조루증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최근엔 바이오소재,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이 융합된 ‘섹스로봇’이 등장하여 촉감까지 사람과 유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미 여러 나라들에서 로봇 성매매 업소들마저 성황리에 영업 중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리얼돌을 시간제로 빌려주는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인형매춘’이라며 반대하는 논평을 하고 있지만 인격이 없는 일종의 자위도구이니 결코 매춘이라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성매매가 불가능한 형편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성 파트너를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단, 때로는 성병을 옮길 수도 있으므로 위생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영화 ‘AI’에는 성적 만족을 주는 섹스로봇 ‘지골로 조’가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번 로봇 애인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인간과의 관계를 원하지 않게 될 거야.’ 가히 현대판 ‘시앗’이 아닐까? 미래 세대에는 사이버섹스나 로봇섹스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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