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100일, 국민 삶 나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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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로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100일이 된 가운데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이 지속되고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면서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이에 내전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미얀마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군부의 잔혹한 유혈 진압 계속
아동 포함 희생자 800명 육박
국가 경제도 파탄 지경 이르러
세계은행 “GDP 10% 후퇴”
국제사회 군부 제재 별무효과
시민방위군 창설… 내전 가능성

10일 미얀마 현지 매체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품을 통해 미얀마 군부에 저항해 온 시인 켓 띠가 지난 8일 무장한 군경에 끌려갔다가 다음날 장기가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아내는 “군경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도착했더니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고 장기가 제거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는 신문소에서 고문을 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군경의 이 같은 잔혹한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군경의 ‘장기 탈취 밀매’ 의혹을 제기하며 시신의 가슴 부위나 배 부위에 길게 봉합한 자국이 있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군부의 비인도적 유혈 진압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현재 시민 780명이 숨지고, 4899명이 체포됐다. 18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도 50여 명이 숨졌으며, 5세 유아까지 총탄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화 바람 속에서 성장했던 경제는 쿠데타 이후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이 10% 뒷걸음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회사 피치그룹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미얀마 경제가 올해 20%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군부 통치 하에서 인구 절반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던 2005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역시 미얀마에서 3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반인류적인 범죄에도 국제사회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개별적으로 군부 장성 및 군부 관련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수 십년간 미얀마를 통치해 온 군부는 제재에 익숙한데다, 중국을 ‘뒷배’로 의지하며 국제사회 비판에 귀를 닫았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말로만 규탄’ 성명을 내는 데 그쳤으며, 동남아국가연합의 합의안은 후속 조치 부재로 무용지물이 됐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 진영은 무력 투쟁 전환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중순 출범한 국민통합정부(NUG)가 연방군의 전 단계인 시민방위군을 창설한 것.

결국 군부 쿠데타 100일을 기점으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내전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 전문가인 리처드 호시는 “군부는 민주 진영을 폭력적으로 진압해 쿠데타를 완성하겠다는 생각이고, 미얀마인들 다수는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해 군부를 전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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