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부산·경남 지자체 유치전 갈수록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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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 3000여 점을 기증하면서 이를 전시할 공간인 일명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부산과 경남에서 후끈 달아올랐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미술관 입지나 삼성가와의 인연 등을 내세워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동남권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공통 논리는 문화 인프라 불균형 해소다. 전국 국립현대미술관 4곳 가운데 청주를 제외한 3곳이 수도권에 소재할 만큼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의령·진주시도 가세
입지·삼성가와 인연 내세워

여기에 부산시는 지난 2일 북항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오페라하우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다. 이 회장이 초등학교 시절 한때를 부산에서 보냈고,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부산 동광동에서 사업을 시작한 인연도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3월 유치 추진위를 발족하고, 6월 예술단체들과 협약까지 맺어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를 추진 중이던 경남 창원시는 이건희 미술관과 연계해 마산해양신도시 미술관 부지에 짓겠다는 입장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의 당위성에 대해 중앙 부처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을 뿐 아니라 창원관 건립 부지도 마산해양신도시에 이미 확보해 놓고 있다”며 “이건희 미술관을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과 연계해 짓는 것이 미술관 콘셉트에 맞고 추진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대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을 내세운 지자체도 나섰다.

의령군은 ‘삼성’과 의령의 인연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의령군은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출생한 곳으로,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생가가 있는 의령군 정곡면 친가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기증 의미를 잘 살려 많은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하도록 이건희 미술관을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유치해 호암문화대제전과 더불어 지역 문화가 한층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시도 이병철 회장이 유년 시절 다녔던 지수초등학교가 지수면에 있는 점 등을 내세워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가세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기증자의 뜻을 살리고,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승화시킬 수 있는 적지가 바로 진주”라며 “진주는 지리적으로 영호남의 중간에 있고, 부산·울산·대구·광주 등지에서 1~2시간 내에 올 수 있어 미술관이 자리 잡기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le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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