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서민 물가' '국내 금리' 각종 경제지표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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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서민물가 상승, 대출금리 인상 등 위험한 경제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장을 보는 대형마트(왼쪽)와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라 값이 오르고 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서민 물가 상승, 여기에 미국 금리 움직임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신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신호들은 경기진작을 이끌 건설·제조업 등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서민경제에 치명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철광석 t당 200달러 첫 돌파
조선·건설업계 직격탄에 울상
물가 상승에 서민 가계 ‘주름’
대출금리 21개월 내 최고 수준
이자 부담에 소비 더 줄어들 듯

■철광석 가격 상승에 업체 비상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t당 201.88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돌파했다.

철광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선박을 만들 때 필요한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유통 가격은 10년 만에 110만 원선에서 형성됐다. 모처럼 수주 풍년을 맞은 조선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몇 년간 조선시황 악화를 이유로 후판 가격을 동결해 온 철강업체들이 올해 들어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수주 증가가 영업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후판가격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오르면서 철근 유통가격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연초 t당 70만 원(SD400, 10mm)이던 철근 가격은 이달 7일 93만 원까지 올랐다.

완성차와 가전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완성차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은 일반적으로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부품 가격의 상승과도 맞물리면서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식 등 소비자 물가 들썩

농축수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 짜장면 등 외식 물가가 일제히 올랐다. 9일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지수는 113.02(2015=100)로 1년 전보다 1.9% 올랐다. 2019년 6월(1.9%)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전체 39개 외식 품목 중 평균 상승률을 웃돈 것은 23개로 나타났다. 가장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죽(외식)으로 1년 전보다 7.6% 상승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짜장면 가격은 2019년 10월(3.5%) 이래 가장 높은 3.2% 상승했고, 김밥의 경우 4.4% 올라 2019년 11월(4.6%) 이래 가장 상승률이 컸다. 햄버거 6.1%, 생선회(외식) 6.0%, 구내식당식사비 4.4%, 볶음밥 3.8% 등도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품목은 피자(-2.9%), 커피(외식·-0.4%), 학교급식비(-100.0%) 등 3개에 불과했다.



■가계대출 1000조에 금리 인상

올 2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가 지표로 삼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 인상은 이와 연동된 시장금리 상승 때문이다.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 국고채, 은행채 등의 금리도 따라서 오르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P) 올랐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70%)와 주택담보대출 금리(2.73%)는 각각 지난해 2월(3.70%)과 2019년 6월(2.74%) 이후 21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차주(돈 빌린 사람)의 부담도 커진다. 가계대출자의 60∼70%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신용대출의 경우 약정에 따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현시점의 기준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뛰면서 채권 등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이미 2%를 넘어선 상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한다. 물가와 자산가격 거품을 잡기 위해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송현수·이주환 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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