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아!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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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3년(1421년) <조선왕조실록>에는 함길도 고등어가 진상품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정작 세종은 고등어가 별로였던 것 같다.

어느 날 함길도 감사가 고등어를 계속 진상하자 세종이 “첫물 아니면 올리지 말라 했는데 왜 또 올렸냐”며 짜증을 냈다. 도승지가 “한 번만 올리기 미안하고 함길도 고등어가 귀하고 별미여서 보냈답니다”라고 고하자, 세종은 “그 마음은 알겠으나 다시는 올리지 말라”고 거듭 명했다.

하지만 다른 임금은 고등어를 즐겼던 모양으로, 민초들은 진상하느라 등골이 빠질 정도였다.

‘종희다득어(縱喜多得魚·물고기 많이 잡아 기쁘나)/ 기여관세급(其如官稅急·관에 낼 세금이 급하구나)/ 수어공천주(數魚供天廚·숫자 세어 수라간 올리는데)/ 정민만이십(情緡滿二十·잘 봐 달라 바치는 돈이 스무 꿰미라).’

조선 영조 때 문인 조재호의 시 ‘어촌 십절’의 부분이다. 고등어는 풍어이나 진상할 일이 꿈만 같다. 관리들은 숫자가 부족하네 크기가 작네 트집이다. 어쩔 수 있나, 거액의 뇌물도 바쳐야 한다. 고등어는 그처럼 옛 민초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고등어는 구워 먹고 지져 먹고 조려서도 먹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등어 최고의 맛은 회다. 몹시 비릴 것 같지만 잘만 만들면 고등어회는 더없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10여 년 전 통영 욕지도에서 고등어회를 처음 접했을 때다. 미적대는 모습을 보고 주인장이 한마디 했다. “부산서 왔다고? 그라믄 고등어회 맛을 모르제. 아는 사람만 아는기라!” 울컥해서 한 입 넣었겠다. 어라! 혀에 착 내려앉으면서 사르르 녹는 느낌, 입안 전체로 퍼지는 고소함! 예상 못 했던 아슬아슬한 맛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한 횟집에서 맛본 고등어초회도 못 잊는다. 정식 메뉴는 아니고, “남편에게만 몰래 주는 거”라며 안주인이 슬쩍 내민, 막걸리 식초로 만들었다는 그 고등어초회! 새콤달콤한 일본식 시메사바와는 달리 알싸하면서도 뒷맛이 몹시도 상쾌했다.

그랬던 고등어가 점점 사라진단다. 올 어기(지난해 7월~올 4월)에 잡은 고등어는 12만 1820t. 최악이라던 지난 어기의 14만 2425t보다 적다. 남획에다 기후변화 탓이란다. 당연히, 가격도 폭등했다. 앞으로 고등어는 영영 못 먹는 것 아닌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까지 바다에 배출된다는데…. 어째야 하나!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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