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수출부터 풀어라” 백신 특허 풀기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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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EU 회원국 정상 비공식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보호 면제에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보호 면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재권 보호 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면제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EU는 지재권 보호 면제에 앞서 미국이 백신 수출 규제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EU 정상들은 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재권이 아니라 수출 규제와 생산 능력임을 명확히 하면서 백신 원료 수출 금지 중단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7∼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 제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EU 회원국들은 지재권 면제 제안 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국의 백신 수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포르투서 열린 EU 비공식 회의
메르켈 “특허 그냥 주면 더 위험”
佛·伊 정상도 회의적 입장 표명
제약사들도 美 제안에 반대 입장
교황은 한시적 유예 지지 표명


회의에 앞서 성명을 통해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일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는 한편 미국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할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만약 특허권을 그냥 제공하고 품질이 더 통제되지 않는다면 나는 기회보다 위험성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EU 내에서도 지재권 보호 면제에 관한 부정적인 기류가 뚜렷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 제안이 테이블에 올라오는 즉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지재권 보호 면제가 단기적으로 특효약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재권 면제는 중단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한 회 접종분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며 “생산 확대, 수출 규제 제거, 기존 주문 공유만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바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특허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에 백신뿐만 아니라 백신 원료 수출 금지도 중단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백신을 자유롭게 하기 전에 미국과 영국이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더 단순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특허를 푸는 것은 백신 생산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개발사들 역시 지식재산권 보호 면제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8일 특허권이 백신 생산이나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백신 제조 과정은 복잡하며, 만약 기본적 요건이 맞춰지지 않을 경우 백신의 품질, 안전성, 효과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게시한 사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지재권 보호 면제가 틀림없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백스 라이브: 세계를 재결합하는 콘서트’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백신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지재권의 한시적 유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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