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처리’ 기술 개발 16년 한 우물, 유망기업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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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주)동인

(주)동인 김현철 대표가 자신이 획득한 특허증 앞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도시 개발로 땅 표면은 점점 더 물 흡수가 안 되는 포장길로 바뀌고, 기후 변화로 강우 패턴까지 변화해 비점오염원이 하천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고 있다. (주)동인은 빗물·하수 분리시설과 방재 수문 등 ‘빗물 처리’ 분야에서 16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기술은 배반하지 않는다’ 신념
부산대 등 R&D 과제 계속 수행
회사 특허 26건, 개인 특허 60건
‘무동력 유량조절장치’ 대표 제품
올해 벌써 작년 연매출 50억 달성
“큰 회사보다 작은 회사로 알차게”

■기술은 배반하지 않는다

동인 김현철 대표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상상한 걸 형상화하고 국가의 꼭 필요한 사업 현장에 납품했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부산 서면에 변리사가 1~2명뿐이던 시절부터 특허를 내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가 낸 특허만 60여 건에 이른다. 2005년 동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낸 특허는 26건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술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따라 부산대, 한양대를 비롯해 대학들과 함께 R&D 과제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동인은 2015년 한국남부발전이 신기술 공동개발을 위해 선정하는 글로컬 파워(Glocal Power) 기업 5개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올 2월 부산시 경영혁신기업인상 최우수기업인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기술 덕에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 50억 원가량의 실적이 있었고, 올해는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50억 원의 매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에서 신도시들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동인이 더 바빠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영동대로 지하 도로화 사업에 방재 게이트를 납품하는 사업이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측에서 멀리 부산에 있는 동인까지 와 방재 게이트 계약을 맺었다.



■부력의 힘

동인을 성장하게 만들고 있는 여러 효자 품목이 있지만 ‘무동력 유량조절장치’는 동인의 시그니처 같은 제품이다. 무동력 유량조절장치는 맑을 때는 오수 전량을, 비가 올 때는 비점오염물질이 포함된 초기 우수만을 차집관으로 이송시켜주는 장치다. 비가 많이 오면 빗물과 하수가 섞여버리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입구를 닫아 더 이상 섞이지 않게 해준다. 부력을 이용해 빗물 높이에 따라 입구 개폐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현장에 맞게 부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단순한 원리지만 활용도가 높아 반응이 좋다. 이 역시 특허를 획득했다. 김 대표는 스스로 “부력을 좋아해 부력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부력을 이용한 발전 장치까지 연구하고 있다.

방재 수문 또한 현장 상황에 따른 맞춤형 제작으로 인정받는다. 저지대 침수 예방은 물론 해변가 해수 범람을 막아내는 것도 방재 수문이 한다. 영도 절영로 입구와 광안리 회센터 입구에 동인이 제작한 방재 수문이 설치돼 있다. 악취 제거는 물론 수해 방지 기능까지 있는 ‘스마트 게이트’의 경우 부산에서는 90%가량을 동인이 점유하고 있다. 동인의 유량조절장치와 다기능게이트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성능 인증도 받았다.



■사람의 힘

16년 간 ‘갈고 닦은’ 기술로 요즘 한창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김 대표는 ‘큰 회사’가 아닌 ‘작은 회사’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이뤄진 수십억 원 규모의 계약이 직원 한두 명 덕분에 속도가 붙었다”면서 “많은 직원이 있는, 덩치만 키운 회사보다는 인원이 적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로 구성된 회사를 만들고 그 직원들에 대해서 최고 대우를 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알찬 기술자 15~16명으로만 회사를 꾸리고 나머지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직원 숫자도 16명이다.

김 대표는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 했다. 이노비즈협회 부회장으로, 또 이엉포럼의 멤버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표는 많은 특허를 받은 것 또한 자신이 한 일이라기보다는 현장 관리자들과 자리하며 불편사항이 뭔지를 묻고 소통하면서 수정하기를 되풀이해 얻게 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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