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감주 훈풍에 부울경 상장사들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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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경기민감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소외됐던 부산·울산·경남의 상장사들이 힘을 내고 있는 이유다. 9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4월 부울경 주식거래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부울경 상장사 199곳(코스피 100개 사·코스닥 99개 사)의 시가총액은 70조 778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 4800억 원(10.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식시장의 시총 증가율은 3.16%에 그쳤다.

4월 부울경 199곳 시총 10% 증가
국내 주식시장 증가율 3%의 세 배
STX엔진 한 달간 94.2% 올라
국내외 경기 회복 기대감 커지면서
자동차·철강·조선 등 관련 기업 상승


■증시 미지근한데 부울경만 ‘후끈’

부울경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한 달 사이 10% 이상 증가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러한 부울경 상장사 시총 증가율이 더욱 놀라운 점은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의 시총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부울경 상장사 중 127개 사의 주가가 상승했고, 62개 사가 하락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STX엔진이 한 달간 무려 94.2%나 상승해 주가 상승률 1위에 올랐다. 그리고 STX중공업(93.3%), 한국특강(76.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삼현철강(61.7%), 와이오엠(46.1%), 경남스틸(46.0%) 등 종목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은 올 들어 4월이 처음이지만 부울경 상장사들의 주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앞선 3월부터였다. 부울경 상장사의 시총 증가율은 1월 2.91%에서 2월 -0.47%로 줄었다가, 3월 들어 5.39%로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3월부터 부울경 상장사들의 주가 상승 속도가 전체 주식시장의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2월 부울경 상장사의 시총 증가율은 전국 증가율에 뒤졌다. 그러나 3월 들어 부울경 시총 증가율은 전국 증가율(2.86%)의 배 가까이 앞질렀다. 그리고 4월에는 그 차이를 3배까지 벌리며 ‘나 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불장’ 속에서도 유독 부울경 상장사만 소외 받았던 것을 고려할 때 최근 부울경 상장사의 성장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시총은 전년 말 대비 37.78% 늘어났지만, 부울경 상장사들의 시총은 21.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 회복 앞두고 경기민감주 주목

부울경 상장사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20년과 2021년 이들의 주가 행보가 이렇게 판이하게 달라진 것일까? 변화는 상장사 내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왔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졌고, 이에 이른바 경기민감주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민감주는 사업 구조상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경기가 변동할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기업의 주식을 통틀어 일컫는다. 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건설·반도체 등과 같이 처음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업종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본적인 유지비용 또한 크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높은 비용 때문에 타 업종에 비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대신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부울경의 산업 구조를 살펴볼 때 중공업 비중이 높다. 즉 경기민감주에 해당하는 기업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 4월 한 달간 코스피 부울경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컸던 3개 업체(STX엔진·STX중공업·한국특강) 모두 경기민감주에 해당한다. 또한 코스닥 주가 상승률 1~3위 중 2개 업체(삼현철강·경남스틸)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투자 이호석 PB는 “지난해 주식시장이 성장주 위주로 크게 오르면서 부울경 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다”며 “그러나 올해의 경우 국내외 경기 회복 전망과 함께 경기민감주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울경의 철강·조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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