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과 환대… ‘부산 정서’ 블렌딩한 커피향 전국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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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는 사람으로서, 부산 블렌드를 통해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과거 귀환동포와 피란민을 껴안았던 부산 사람들의 포용과 환대의 마음, 그 부산의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모모스’가 부산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원두의 조합 ‘부산 블렌딩’을 출시하며 패키지에 김종식 화백의 작품 ‘귀환동포’를 새겨 넣었다.

부산 대표 브랜드 ‘모모스커피’
김종식‘귀환동포’ 패키지 제작
영도 로스팅 공장 8월 완공
‘커피 종주도시’ 위상 찾기 노력

모모스커피 이현기 대표는 “부산은 광복 후, 그리고 피란 시절 앞마당을 내어주고 숟가락을 내어주며 모두를 껴안았던 도시”라면서 내내 “김 화백의 작품을 통해 모모스보다 부산 사람들의 이런 정서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블렌딩은 누구에게든 쉽게 포용될 수 있게 브라질 원두 50%와 에티오피아 원두 30%, 콜롬비아 원두 20%를 조합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만들었다.

‘귀환동포’는 김 화백의 1947년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를 떠났던 동포들이 광복 이후 부산항으로 돌아와 노천에서 취사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피란 시절뿐만 아니라 광복 후 귀환 시절에도 부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가치 있는 작품이다.

김 화백은 부산의 1세대 서양화 작가로, 서울 등지로 작품을 가져와 전시하자는 제안에 작품을 보려면 부산으로 오라고 했을 정도로 기백과 ‘부심’(부산 사람 자부심)이 대단했던 작가였다. 2018년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획전이 열리기도 했는데, 부산 토박이라고 ‘토벽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부산에서 생을 다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를 모르는 이가 아직 많다. 미술계에서는 그를 “뛰어난 작품성에도 근현대 미술사에서 누락된 안타까운 예술가”라 평하며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 화백의 자제인 김헌 (사)김종식미술관장은 “수복이 된 뒤 교류했던 작가들이 서울로 귀향해 전람회를 벌이면서 작품을 가져와 같이 전시하자고 했지만 서울에서 지방을 하시하는 데 대한 반발로 작품을 보려면 부산에 와서 보라고 하셨다”면서 “허명을 파는 데 휩쓸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부산 문화와 문화인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모모스커피는 최근 영도에 로스팅 공장 겸 커피 문화 공간을 만들면서 ‘부산 정신’에 더 매료됐다. 2019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인 전주연 바리스타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도를 들러, 원도심의 이야기들을 쫓아가고 부산 사람들의 진짜 매력을 더 많이 알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도 모모스커피 공장은 올 8월 완공될 예정이다.

모모스커피의 원두는 전국의 소규모 카페에서도 많이 구입해 가고 있는데, 모모스커피 원두와 부산우유의 ‘절묘한 맛의 조합’을 알린 덕에 카페에서 부산우유를 쓰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모모스커피는 또 전국으로 가는 택배 상자와 종이컵 등에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을 담아 보내기도 한다.

모모스커피는 부산이 커피 종주도시임을 알리기 위한 아카이빙에도 관심을 갖고 관련 작업들을 연계하고 있다. 전 바리스타는 “1925년 11월 20일자 부산일보(현 와는 다른 신문)를 보면, 백국(브라질)으로부터 커피가 수입돼 들어오는 기사가 실려 있고, 1898년 8월 9일에도 동래부사 연회비 내역에 가배(커피)차 1통이 들어 있는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만석 작가도 “실제로 부산은 왜관 등을 통해 외국 음식을 많이 경험했던 곳으로 커피도 자주 음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신선한 원두의 첫 도착지이면서 커피를 가장 먼저 접했던 부산을 알리고 이야기를 잘 엮어 부산 커피의 가치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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