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장 견제 벼르던 시의회 ‘밋밋한 탐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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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부산시의회가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후 첫 시정질문에서 시정 견제자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소속 정당이 다른 시장을 발언대에 세운 시의원들은 원론적 수준의 질의에 그치거나 제대로 된 근거 제시 없이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 등 준비 부족을 드러내 시의회 내부적으로도 자성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첫 시정 질문서 존재감 못 보여
의원들도 “이대론 안 돼” 자성론
질의시간 대부분 공무원에 할애
‘보수논객’ 朴 논리에 막히기도
요즈마펀드 놓고도 ‘무딘 칼날’

지난 3~4일 이틀간 진행된 부산시의회 제296회 임시회 시정질문에는 10명의 민주당 시의원이 박 시장의 공약과 시정 운영 방향을 검증대에 올렸다. 이들 의원은 박 시장이 공약한 요즈마 펀드를 비롯해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해상 풍력발전소 논란 등을 놓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의원이 질의 시간의 상당 부분을 시 간부 공무원에게 할애하면서 ‘보수 논객’으로서 토론에 능한 박 시장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 시장을 겨냥한 질문 역시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당부나 제언에 그쳐 야당 시장-여당 의회 간 첫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전반적으로 박 시장의 논리에 막혀 공세를 이어가지 못하거나 핵심을 비켜가는 등 의원들의 공격의 칼날이 무딘 데다 ‘협치’와 ‘견제’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못 잡는 등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하게 정면 대결을 한 행정문화위원회 한 시의원은 요즈마 펀드를 놓고 박 시장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 시의원은 박 시장이 요즈마그룹에 취업한 전력이 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가 박 시장이 이를 부인하며 근거를 묻자 “이번에는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시의원에게 근거 제시를 요구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자신의 주장에 박 시장이 동의하지 않자 ‘시다바리’라는 부적절한 단어를 세 차례나 쏟아내며 감정적으로 대응해 동료 시의원들로부터도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의 공약과 시정 철학을 검증해야 할 ‘최종 관문’인 시의회 시정질문이 이처럼 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시의회의 시정 견제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대부분 초선인 데다, 같은 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 시절 오랫동안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칼날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 한 간부는 “박 시장이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거나 시정이 난맥상을 보일 경우 시의회가 이를 바로잡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모습으로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시의원은 “박 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시정질문인 만큼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시의원들이 박 시장을 겨냥한 공격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실력과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시의회 위상 강화를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번 임시회에서 시의회는 조례안 42건, 동의안 9건, 의견청취안 1건 등 총 52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이 중 37건은 원안대로 가결하고, 12건은 수정 가결했다. 나머지 3건은 보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다음 회기는 제297회 정례회로, 다음 달 16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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