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얼굴에 핀 웃음꽃, 수채화 ‘장수 사진’에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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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하얀 촬영용 패널을 설치한 사상복지관 로비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70대 어르신의 입꼬리가 덩달아 올라간다. 가슴에 달고 있는 빨간 카네이션만큼이나 화사하다. 웃음이 쉽지 않은 분도 있다. 복지관 직원이 미소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찰칵! 찰칵! 그 찰나의 순간을 복지관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포착해 나갔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운영 법인 ‘주는사람’ 복지재단이 지난 3일부터 사상구에 사는 어르신 2000명을 대상으로 촬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상구 70대 이상 어르신 대상
‘주는 사람’ 어버이날 맞아 촬영
“코로나 잊게 한 기분 좋은 선물”


6일 부산 사상구 사상노인복지관 1층 로비는 화사한 수채화풍의 ‘장수 사진’을 찍으려는 어르신들로 붐볐다. 장례식에 사용할 사진을 미리 찍어 두면 장수한다는 속설에 따라 영정 사진은 흔히 ‘장수 사진’이라 불린다.

촬영을 마친 사진은 곧바로 옆에서 설치한 컴퓨터로 보내진다. 보정을 거친 사진은 단 몇 분 만에 알록달록 화사한 수채화로 변한다. 복지관은 이 사진을 액자에 담아 어르신에게 선물한다. 모든 과정에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촬영한 이화자(75) 씨는 “복지관에 10년 넘게 다녔지만 이런 어버이날 기념행사는 처음”이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장수 수채화’를 선물 받은 이사춘(77) 씨도 “코로나19로 답답했는데 이렇게까지 대접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감격했다.

이번 장수 수채화 사진 선물은 코로나19 시대에 흔치 않은 오프라인 행사다. 부산지역 복지관에서 수채화 사진을 찍는 것도 처음이다. 통상 복지관에서 주최하는 어버이날 행사가 코로나19로 불가능해지자 장수 사진 찍기를 기획한 것이다. 30분에 10명 정도 촬영할 수 있도록 거리 두기에 부쩍 신경을 섰다. 거동이 불편한 780명은 복지관 직원이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사진 경연도 연다. 웃는 모습이 좋은 사진을 선발해 총 8명에게 상품권을 준다.

이번 행사는 김익현 사상구노인복지관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 관장이 우연히 일반 사진을 수채화 형식으로 변환하는 셀프 사진 부스를 보고, 어르신에게 색다른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했다. 김 관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어르신들에게 힘을 주고자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복지관 복지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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