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의 월드 컷] 죽어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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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장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지 1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출구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인도가 화두의 중심에 섰다. 최근 세계 코로나19 새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탓이다.

인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세계 최초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 수는 오는 7월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최다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인도의 의료체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 거리에서 대기해야 하는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사진)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의료용 산소 부족은 사회적 문제가 됐다. 병원조차 의료용 산소를 확보하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 당국이 산업용을 의료용 산소로 돌리고 새 시설 구축에 나섰지만, 폭발적인 수요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급기야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를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한 판결이 나왔다. 인도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이 지난 4일 판결문을 통해 코로나19 환자 2명의 사망과 관련, “의료용 액화 산소의 안정적 공급 책임을 맡은 자들에 의해 자행된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라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서 시선이 머문 건 인도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긴 법원의 질책이다. 법원은 의료용 산소의 매점 상황과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극빈층의 고통을 대비한 영상 자료를 인용하면서 주 정부를 몰아붙였다. 서민들만 고통의 절벽에 내몰린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인도의 ‘코로나 비극’은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예견된 인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는 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가 산소통 3000개 등 500만 달러를 인도에 기부한 것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류애는 더욱 절실해졌다. 오늘 다른 나라의 아픔이 내일 우리의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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