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9. 찰스 아이브스 ‘Complete Symphon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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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때면 지휘자의 격정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을 때가 많은데요. 저에게 만약 음악에 관해 더욱 교육을 받거나 배워 보고 싶은 분야를 물어본다면 지휘를 꼽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시점은 오케스트라 녹음을 무대 위에서 처음 경험할 때였습니다. 리허설 현장 무대 위에서 아무런 확성장치 없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었을 때의 감격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거든요. 여태껏 들었던 모든 음악의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음악을 감상하고 실제로 체험했을 때의 가장 큰 감정적 파고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이 나의 취향인가 아닌가를 떠나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무대 위의 지휘자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순간 그 음악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특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의 연주자 또는 창작자 이전의 순수한 듣는 이의 입장에서 말이지요. 그래서 사실 무척 부럽습니다. 그것은 녹음 기술을 비롯한 음악을 듣는 플랫폼 등의 전반적인 환경적 테크놀로지가 발달해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은 제가 가장 존경하고 무척 부러워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입니다.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감독이기도 하지요. 그는 여러 수상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세계적인 지휘자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그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존 윌리엄스의 사운드트랙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오프닝과 엔딩 타이틀 음악을 지휘하기도 했고 브루노 마스와 비욘세, 콜드 플레이 등과 슈퍼볼 무대에서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협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클래식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지휘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함께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의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1874년에 태어나 1954년 생을 마감한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의 음악은 미국의 작곡가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입니다. 저 역시 유학 시절 우연히 보러 간 이웃 대학의 미국 현대 작품 연주회에서 “이런 음악이 세상에 있었다니!”라는 감탄과 함께 음악에 대한 당시 저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을 만큼, 그의 음악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는데요.

이제 구스타보는 이런 그의 음악을 ‘Complete Symphonies’라는 타이틀의 레코딩으로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이 앨범은 유학 시절의 저처럼 또 다른 음악적 세계로의 탐험,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감동과 놀라운 지휘자의 해석, 이 모두를 함께 경험하게 하는 참 멋진 음반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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