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성장할 수 없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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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4위의 부호인 빌 게이츠(65)-멀린다(56) 부부의 이혼 발표가 엊그제부터 지구촌 최고의 화제다. 빌 게이츠가 IT 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천재인 데다 세계적인 갑부이고, 또 27년간이나 별 탈(?) 없는 결혼 생활을 해 온 터였기에 세간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다 재산 분할과 위자료 액수가 과연 얼마나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게이츠의 재산이 1458억 달러(약 147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예전 다른 부호들의 이혼 사례에 비춰 볼 때 어마어마한 금액이 될 것이다. 지구촌의 명사이니만큼 이혼 사유에도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경우 불륜이나 외도 등 추문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이혼 이후 더 얘깃거리를 낳았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게이츠-멀린다 부부의 이혼 사유는 단순하지 않고, 꽤 여러 갈래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이혼 사유는 트윗에 올린 빌 게이츠의 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게이츠는 국제적인 자선 단체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일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지만 더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함께 성장할 수 없다’라는 게 이혼 결정의 중요한 사유로 보이는데, 그 표현이 풍기는 뉘앙스가 입체적이고 중층적으로 느껴진다. 보통 이혼 사유로 꼽는 ‘서로 사이가 나빠져서 헤어진다’라는 표현 대신 ‘함께 성장할 수 없는 부부’라는 말속에는 속속들이 거론할 수 없는 많은 갈래가 숨어 있는 듯하다.

외신 보도를 보면 이 부부도 여느 부부들처럼 지난 수년간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가 세계적인 인물이지만, 부인인 멀린다 역시 남편 뒤에 가려지긴 아까운 인물로 평소 인생관이나 세계관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독립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 왔고, 자선 단체 운영을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 왔던 만큼 또 다른 성장의 계기를 찾으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슨 다른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혼 사유나 책임을 둘러싸고 상대를 비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보다는 훨씬 깔끔해 보인다. 서로 성장하지 못해서 이혼한다는 게이츠-멀린다 부부를 보면서 우리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침 이달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부부란 무엇으로 사는가?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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