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3. 인간 그 아름다운 이름, 최민식 ‘부산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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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1928~2013) 작가는 부산에서 활동하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 ‘결정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한국 현대사의 기록과도 같은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옛 시절의 향수에 빠져들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하는 매개가 돼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어 왔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최민식은 7살 때 아버지의 고향인 황해도 연안으로 건너갔다. 평안남도에 위치한 일본 군수공장의 기능교육원 과정 중 광복을 맞이했다. 광복 후 서울에서 미술학원에 다녔고, 군 복무 중 한국전쟁을 겪었다. 제대 후 화가의 꿈을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도쿄의 중앙미술학원 디자인과에 다니던 중 헌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본 것이 사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부산으로 귀국해 해동모직회사에서 선전(홍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사진 촬영을 시작한다. 최민식은 50년 동안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부산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한다.

사진작가 최민식의 작품에서는 진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가톨릭 신자였던 아버지는 그림에 소질을 보이는 아들에게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을 보살필 수 있는 예술가’가 되라고 가르쳤다. 최 작가 역시 ‘비정하고 파리한 오늘의 우리 사회에 사진을 통해 좀 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휴머니즘적 정의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신념’을 갖고 작품 활동에 임했다.

최민식은 제1회 동아사진콘테스트(1963년), 국전(1964년) 입선 이후 미국 ‘US카메라’ 사진공모전 입상(1966년), 미국 사진연감 및 독일 국제사진연감 수록(1966년), 호주 태평양 지역 사진전 입상 및 명예상 수상(1966년) 등 국제적 지명도를 얻기도 했다.

‘부산 1985’는 부산의 어느 시내 극장가에서 우연히 한 청년을 포착한 사진 작품이다. 어떤 사연에서인지 이 청년은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없다. 그래도 남은 한 팔 가득 신문꾸러미를 안고 열심히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

최민식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청년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진에는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류민주 부산시립미술관 기록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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