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에 한반도의 봄을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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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섭 중소기업중앙회 남북경협특별위원장 삼덕통상 회장

작년 초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 극복을 위한 글로벌 공조체제 확립과 우리나라의 범국민적인 노력 속에서도 1년이 지나도록 종식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불처럼 확산되면서 정부의 부담과 국민들의 피로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흔히 회자되는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과 같지 않다’는 말도 작금의 현실에서는 ‘꽃이 활짝 피고, 초목이 무성해도 봄과 같지 않다’라고 해야 하겠다.

남북경협을 했던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즐길 수 없는 봄이 남북경협 중단으로 5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남북경협기업인들에게는 봄이 왔으나 봄과 같지 않은 날들이 다섯 해 동안 반복되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남북경협 기업인들에게 봄날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희망 고문이 되고 말았던 것이기에 봄날들이 더욱 처절한 것이다. 2018년 2월 동계올림픽과 북측대표단 방문을 계기로 이어진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과 이후 진행된 일련의 북미 간 회담들로 인해 그동안의 모든 시련은 봄빛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남북 간 판문점 선언,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및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간 DMZ 회담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2019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의 ‘비핵화 재천명’과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 후속조치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경협의 관점에 대하여 진영 간에 다소간의 방법론상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분단의 고착화는 보수나 진보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민족의 미래를 위해 진영 간 대승적으로 합의를 통한 경협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남북경협이란 우리 민족의 항구적인 번영과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므로 남북한 당국에서는 국제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협력을 재개하여 민족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개성공단 중단된 상황과 민간기업들의 투자 자산 방치상황을 남북한 당국이 아닌 제3국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막연하게 지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다만, 현재 국제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당국자 간 직접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면 민간차원에서라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자주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리의 개성공단 재개 주장에 대해 대북 공조를 약화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으나, 남북경협이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하고,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바람직한 접근방식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우선 민간을 중심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대하여 남북경협 재개가 미국의 국익에 합치한다는 충분한 논거를 중심으로 설득하고, 개성공단 기업 자산 현지 점검과 같은 작은 단위부터라도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비록 지난 정부에서 공단 폐쇄 조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해결하지 않고 있는 개성공단 민간 투자자산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정부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아무리 확산 된다고 하더라도 인류나 각 국가가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극복하여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남북경협 사업은 우리 민족 생존의 문제이기에 마찬가지로 범국민적인 노력을 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나 남북경협인들에게 최우선의 버킷리스트는 남북경협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번영이라고 할 것이다. 내년 봄부터는 우리 민족과 남북경협 기업인들에게 봄과 같은 봄날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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