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과 정반대 행보로 칸과 어깨 견주는 영화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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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칸 영화제와 정반대 행보로 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산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10년 안에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허문영(59)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올 3월 말 BIFF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 남짓 흐른 4일 취재진과 마주했다.


수평적 질서·지역성에 초점 맞춰 진행
관객 참여 프로그램·온라인 GV 활성화
개막식 대면 개최 준비, 예산 확보 노력

허 집행위원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BIFF 초창기에 프로그래머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부산영화제가 파릇파릇한 청년의 느낌이었다면 돌아와 영화제를 둘러보니 원숙해진 대신 움직임이 둔해진 중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일종의 ‘중년의 위기’지만 부산영화제는 올해 근본적으로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다양화라는 영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 칸 영화제와 정반대 행보를 내세워 철저히 지역 중심적인 영화제로 BIFF를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가 유럽 엘리트주의를 내세운 전통적 영화제라면 부산영화제는 새로운 질서와 테크놀로지를 수용하는 개방성을 가진 영화제”라면서 “칸이 세계 영화 중 최고 작품을 가리는 위계성과 비지역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부산영화제는 철저히 부산에 뿌리내린 지역적·수평적 영화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 영화제는 프랑스 칸 지역 주민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지역적이고, 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부대행사로 비평가 주간, 감독 주간을 개최한다는 점에서 위계적이다. 극장에 걸리지 않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는 “칸과 달리 부산이라는 뿌리가 없으면 부산영화제는 존립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부산 지역 뿌리내리기를 위한 맹아(싹)를 올해 확실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관객이 만들어가는 영화 행사 ‘커뮤니티비프’를 비롯해 지역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를 누가 더 잘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즐기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훌륭한 글쟁이가 존중받는 건 여전하지만 훌륭한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원하면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 국가의 새로운 영화 흐름을 소개할 수 있는 특별전을 비롯해 프로그래밍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는 의도도 내비쳤다.

고질적인 예산 문제는 현재 BIFF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단기 스태프 시간 외 수당 미지급분(일명 ‘열정페이’) 3년 치를 소급 적용해 지급하면서 빌린 금융 비용 약 13억 원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국·시비 예산 확보 문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협찬사 모집을 통한 자체 예산 마련의 어려움도 여전하다.

그는 “부산시 추경 예산 확보를 위해 시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영화제 베테랑인 이용관 BIFF 이사장,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과 함께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올해를 시범기이자 과도기로 봐줬으면 하지만 적어도 부산에서 최고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도록 프로그래밍에 힘쓰겠다”면서 “지난해 성공적으로 해낸 온라인 GV(관객과의 대화), 해외 도시와 동시 영화 상영 등을 더 활성화하고 방역 상황이 된다면 개막식을 비롯한 대면 행사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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