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드라이브스루, 주변 도로엔 불편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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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운전자가 차에 탄 채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매장 수가 크게 늘고 있다. 4년 전과 비교해 전국적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매장을 드나드는 차 때문에 교통체증, 보행안전 위협 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미흡한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권익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각 매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스타벅스, 버거킹, 롯데리아,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2016년 356곳에서 지난해 662곳으로 86% 늘었다. 부산의 경우도 32곳에서 45곳으로 약 40%가 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확산
매장 수·주문량 꾸준히 늘어
“차량통행 방해” “보행 불편”
연평균 민원 증가율도 51%
대규모 점포만 교통평가 대상
대기차로 등 허가 요건 강화해야

스타벅스의 경우는 지난해 1~11월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차량을 이용한 주문량이 전년과 비교해서 4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 수와 매장 주문량 모두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매장 증가에 따른 민원도 따라서 늘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전국 드라이브스루 관련 민원은 총 1121건이다. 연 평균 민원 증가율이 51.5%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53.2% 많은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차량통행방해가 51.4%(576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보행불편(32.2%), 매장 구조와 안전시설물 문제(9.7%), 기타(6.7%) 순이었다. 특히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도로에 줄지어 선 차들 때문에 다른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인 차들로 정체가 발생하거나,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민원이 많이 접수된다.

이 모(27·부산 금정구) 씨는 “앞 도로를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 출퇴근 시간 정체가 말이 아니다”며 “사거리에서 녹색 신호가 켜지면 직진 차량과 매장에서 나오는 차량이 뒤엉켜서 직진하려는 차는 불과 몇 미터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모(17·부산 부산진구) 양도 “학교 등굣길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있는데, 인도와 연결된 곳에 있는 드라이브스루 출구에서 차들이 툭툭 튀어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대책은 허술하다. 일부 매장은 민원으로 교통관리 요원을 배치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의무 사항이 아니다. 현행법상 카페나 음식점 등은 연면적 1만 5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인 경우에만 교통영향평가 대상이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 매장 중 이 규모를 만족하는 곳은 단 1곳도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차량 이용 고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드라이브스루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로 면적요건을 둬 교통영향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익위 민원정보분석과 관계자는 “매장 개설이나 도로점용 허가 때 대기차로가 충분히 확보됐는지 확인해 허가를 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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