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 쌓을 빈 땅 없다… 부산항 ‘물류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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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항의 장치장 점유율이 90%까지 치솟는 등 ‘물류대란’(부산일보 3월 1일 자 13면 등 보도)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서안의 체선(선박이 항만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항구 밖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상태) 현상에 수에즈운하 사태 여파로 유럽 항로 운항 차질까지 겹치면서 제때 화물을 선적하지 못하는 수출기업의 시름이 깊다.

코로나로 美 서안·유럽 항로 차질
신항 ‘적컨’ 장치율 90% 넘어
선박 입항 지연 화물 보관료 부담
수출기업 해상운임 물류비 급증
운임 인하 등 실질적 지원 필요

4일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적컨’(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 장치율이 90%를 넘어 터미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치장 점유율이 80~85%를 넘어가면 항만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선적하지 못한 환적화물(중간 항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어야 하는 화물)이 쌓여 있는 데다가 수출화물도 늘면서 운영사들은 선박 접안 3~5일 전에만 컨테이너 반입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 상태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적컨이 쌓이면서 선박에 실을 화물을 찾아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옮기며 재조정하는 ‘리핸들링’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마치 테트리스 하듯 화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선박 입항 지연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민간보관소에 컨테이너를 맡기고 별도 비용을 지불하는 화물차주들도 있다. 화물차주 정철문 씨는 “운항 지연으로 배 들어오는 날짜가 예정보다 늦어지면 보관소에 짐을 잠시 맡기는 비용 6만~7만 원(4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을 추가로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상운임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물류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다. SCFI가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기업들은 운임이 최소 3배, 최대 10배 이상 오른 데다가 중국에서 높은 운임을 부르는 탓에 화물을 실을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한다. 게다가 신항에서 화물 반입 가능 시점을 선박 접안 10~14일 전에서 3~5일 전으로 대폭 줄이는 바람에 창고에 제품이 쌓이면서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과 상품 생산에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훈 동광무역상사 대표이사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 350달러 선이던 블라디보스토크 항로 운임이 2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올라 부르는 게 값이다”며 “우리 회사만 봐도 지난 6개월간 추가로 든 물류 비용이 2억 5000만 원에 달하고, 수출을 못해 물건을 쌓아 두고 실현하지 못한 매출이 11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물류 경색에서 비롯된 것이라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산항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현재의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량) 부족과 높은 운임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와 부산시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정부와 국적선사가 미주와 유럽 항로에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국적선사의 운임 인하 혜택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래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 과장은 “공동물류사업을 통해 중소 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부산시에도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사업이 있어야 한다는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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