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항 ‘북두칠성 도서관’, 기업 이윤 지역 환원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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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재개발 지구 안에 조성된 북두칠성 도서관이 5일 문을 연다. 1300㎥(400평) 정도 면적에 최대 5만 권의 책을 비치할 수 있다고 한다. 민간의 도서관으로서는 작지 않은 규모다. 무엇보다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더없이 반갑다. 주기능이 도서관이기는 하지만, 독서 토론이나 책 낭독회를 위한 학당과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복합문화시설로 기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협성문화재단은 개관과 함께 ‘책이 사람을 만나 빛이 되고 길이 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책이 북두칠성처럼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취지라는데, 그 뜻이 가상하다.

수백억 수익 포기하고 시민에게 제공
도서관 부족한 부산엔 ‘가뭄에 단비’

유튜브나 모바일 앱 등 새로운 도구를 통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요즘 책은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답했을 정도다. 독서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이 책의 필요성을 점점 못 느낀다는 사실이 더 우려스럽다. 지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국내의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가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책이 삶에서 절실하지 않은 것이다.

부산에서는 ‘원북원 운동’ 등 오래전부터 독서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됐으나 도서관 등 독서 기반이 부족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인구 100만 명당 공공도서관은 12.89개로 국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두칠성 도서관의 개관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협성문화재단은 부산 건설업체인 (주)협성종합건업이 설립한 단체고, 북두칠성 도서관이 있는 협성마리나G7 건물은 협성종합건업이 건축한 생활숙박시설이다. 상가로 분양했으면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공간을 도서관으로 제공한 것이다. 부산 시민으로선 큰 복이 굴러온 셈이다.

아무리 기업의 생리가 이윤 추구라지만 기업도 결국은 지역 사회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정 이윤의 지역 사회 환원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특히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국책 사업인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은 개발 이익이 마땅히 지역에 돌아가야 한다. 북두칠성 도서관은 그 모범이라 하겠다. 협성종합건업은 그동안 협성 독서왕, 주니어 북 튜버 콘테스트, 뉴 북 프로젝트 등 다양한 독서문화 지원사업을 펼쳐 왔다. 북두칠성 도서관을 위해서는 5년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 왔다고 한다. 특히 이 회사 대표는 일본 등 해외 여러 곳의 도서관을 샅샅이 살폈다는 후문이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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