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딥페이크 영상’ 의뢰자도 처벌해야 ‘고리’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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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기자가 딥페이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유튜브 강좌 등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성 착취물 등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로 인해 처벌받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출시된 딥페이크 합성 앱 ‘REFACE’. 이 앱은 다운로드 수가 5000만 회에 달한다. 3일 취재진이 직접 앱을 사용해 보니 터치 3번 만에 딥페이크 영상이 완성됐다. 얼굴이 잘 드러나는 사진을 고르고, 합성을 원하는 영상만 클릭하면 1분도 채 안 돼 그럴듯한 딥페이크 영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앱 이용하면 1분 내 ‘뚝딱’
성착취물 등 ‘합성’ 기승
공급자와 배포자만 처벌
수요 차단 ‘법적 장치’필요

최근 숏비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에서는 이 같은 딥페이크 앱을 이용한 영상물 공유가 유행이다. 동영상 공유 SNS ‘틱톡’에서는 ‘Deepfake’ 해시태그를 단 영상물 조회 수만 556만 회에 달할 정도다. 갓난아기가 리듬을 타면서 가요를 부르거나 모나리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딥페이크 영상을 일반인이 앱을 이용해 손쉽게 제작한 뒤 SNS에 공유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앱 사용보다 더 정교하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5분 길이의 따라 하기 영상’ 등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노출이 늘어나고, 제작 방식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IT 기술이 익숙한 젊은 연령층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영상물을 만들고 유포해 처벌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에서도 딥페이크를 검색하면 수십 개가 나올 정도로 많다.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다섯 달간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94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94명 중 65명이 10대로 전체의 69.1%를 차지한다. 20대도 17명(18.1%)으로 뒤를 이었다. 올 2월 부산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 동안 연예인 150여 명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 3039장과 성 착취 영상물 1만 1373개를 90차례에 걸쳐 SNS를 통해 판매하고 150만 원을 챙긴 10대 등 2명이 구속됐다.

이 외에도 지난 1월 일반인 9명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 11장을 해외 SNS를 통해 판매한 10대가 불구속 입건되고, 연예인 14명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 163장과 성 착취물 379개를 보유하며 판매한 또 다른 10대도 경찰에 적발됐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불법 영상물이 이토록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요 때문이다. 딥페이크 처벌법은 지난해 6월 시행됐지만 불법촬영물과 달리 공급자와 배포자만 처벌한다는 점에서 수요를 완전히 끊어 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합성을 통한 불법영상물은 구매를 넘어 영상물을 만들어달라고 의뢰까지 하는 사례가 많이 목격된다"면서 "불법영상물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하거나 합성을 의뢰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busan.com


●딥페이크란

딥 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 인공지능 기술 바탕으로 기존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해 제작된 가짜 동영상이나 제작 과정 자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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