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vs 투쟁… 새로 꾸린 여야 지도부 ‘대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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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나란히 공식 당무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대행 겸 원내대표가 ‘화합’과 ‘투쟁’이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키워드를 발신했다.

두 사람의 첫 회동에서도 송 대표가 수비수라면 김 대표대행은 공격수에 가까웠다. 거대 여당의 일방적 독주와 무능력한 야당의 비협조로 협치가 실종된 21대 국회가 2기 지도부 체제에서 협상력을 복원할지 주목된다.

통합 무게 둔 민주 송영길 대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참배
“대승적 협력 통해 민생 풀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대행
“법사위원장 돌려주는 건 의무”
날 선 비판으로 선명성 강조

송 대표는 이날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진보 진영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통합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송 대표는 이례적으로 방명록에 글을 남겨 두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했다. 제2장군묘역을 들러 손원일 제독, 김종오 장군 묘역을 참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생에 집중하고 통합과 화합의 행보를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대야 관계에서도 협치를 방점을 뒀다. 그는 김기현 대표대행과 만나 “여야가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싸우는 모습보다는 대승적 협력을 통해 국민들의 근심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며 “특히 여러 가지 민생대책을 잘 협의해 갔으면 한다”고 했다.

김 대표대행은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와의 회동에선 “쇄신의 동반자가 돼서 같이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고 운을 뗐지만 “경쟁할 것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첫 상견례라 주로 덕담했지만 ‘경쟁’에 힘을 준 것으로 비친다. 김 대표대행은 당장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관권선거 가능성을 거론하며 지명철회를 요구했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접견에선 “국회 운영이 일방적으로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청와대의 역할과 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사위원장을 고수하는 민주당에는 “장물(법사위원장직)을 돌려주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두 대표 행보로만 보면 ‘집권 여당이 야당을 끌어안고, 야당은 비판하지만 여당에 협력하는’ 전통적인 여야 관계 회복 가능성도 기대된다.

하지만 문제는 당내 상황이다. 송 대표의 경우 자칫 협치를 강조하다 소위 강성 당원들과 괴리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이날 민주당 게시판에는 “박정희의 헌신을 기억한다니 야당 대표인가” 등의 글이 벌써 올라왔다.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 내에서도 강성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일부 최고위원은 ‘당심’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며 송 대표와 온도 차를 보였다.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용민 최고위원은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번 선거(5·2 전대)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대행은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협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데 법사위를 지키려다 모든 상임위를 내주는 ‘과오’를 반복할 수 있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읽힌다.

원내지도부 구성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불안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김 대표대행은 전날(2일) 영남 출신인 추경호(재선·대구 달성)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에 발탁한 데 이어, 이날 강민국(경남 진주을)·전주혜(비례대표) 의원을 원내대변인에 지명했다. 또 이른바 ‘보수 여전사’로 꼽히는 전희경 전 의원을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원내 지도부를 소위 강경 보수 인사들로 채운 셈이다. 당 관계자는 “인사는 안배가 가장 중요한데 다소 소홀한 것 같다”고 했다.

민지형·이은철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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