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연못 공사에 애먼 참개구리 돌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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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연못 공원’으로 유명한 부산 북구 화명동 장미공원에 서식하던 참개구리 백여 마리가 사라졌다. 부산 북구청이 참개구리 산란 시기에 장미공원 정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연못의 생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구청의 행태에 비판이 인다.

부산 북구청은 지난달 5일부터 24일까지 북구 화명동 장미공원에 조성된 연못(면적 1420㎡)에 예산 2000만 원으로 퇴적물을 걷어내는 준설공사를 진행했다. 구청 측은 연못 수질 개선을 진행한다며 굴착기를 동원해 연못 내 퇴적물을 걷어내고 황토를 다시 넣는 공사를 진행했다. 준설 공사는 지난 2004년 공원이 생긴 이후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연못 내 자연 번식하던 참개구리가 대거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산란 철에 연못 준설공사 강행
화명동 장미공원서 자취 감춰

참개구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개구리로, 기상청이 기상 관측 지표로 사용하는 생물 16종 중 유일하게 포함된 양서류다. 예전에는 논에 많이 서식해 ‘논 개구리’라고도 불렸지만, 도심화로 체계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장미공원 내 연못은 물고기와 참개구리 등 다양한 개체가 서식해 생태 교육장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일 취재진이 연못을 살펴본 결과 참개구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0여 분을 둘러봤지만, 연못과 연결된 하수구에서 개구리 두 마리를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백 마리가 넘는 개구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예전과는 확연히 개체 수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점심 시간마다 장미공원을 방문하는 직장인 김 모(48) 씨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개구리 떼의 소리가 너무 좋았는데 며칠 전부터 안 보여 이상했다”면서 “연못 공사가 당장 시급한 일도 아닌데 굳이 산란기에 준설 공사를 해야 했나 싶다”고 분노했다.

생태 전문가들은 북구청의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대현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직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은 “참개구리 산란 철인 4~5월에 북구청이 준설 작업을 벌인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라면서 “공사 과정에서 개구리알도 모두 꺼내진 것으로 보이는데 연못을 맑게 하는 공사를 굳이 지금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연못 준설 공사 때 전문가 의견을 듣는 절차를 두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북구청은 참개구리들의 생존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녹지공원과 안구현 과장은 “연못에 퇴적물이 많이 쌓여 물이 더럽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돼 공사를 진행했다”며 “일부러 없애려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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