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보릿고개’ 가시화, 11월 집단면역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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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이 접종 차질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이자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량마저 현재 3~4일 치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조만간 접종 중단 사태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접종 예약 접수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계약한 백신 물량이 제때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공언한 상반기 내 1200만 명 접종 목표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백신 접종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국민으로선 속이 타들어 간다.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려야 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화이자·AZ 수급 불안 곳곳 예약 차질
물량 확보 총력, 접종 중단만은 안 돼

우리나라의 백신 재고량은 현재 거의 바닥 상태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약 340만 명으로 전 국민의 6.6%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212만 회분을 도입한 화이자 백신의 경우 1차 접종 3주 후 2차 접종 대상자가 124만 명이지만, 현재 남은 물량은 32만 회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량이 크게 부족해 1차 접종 예약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3~4일 치인 35만 회분만 남았다. 추가 물량 700만 명분은 빨라야 이달 중순에야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니, 지난 2~3월 1차 접종 뒤 이번에 2차 접종을 기다리는 국민들로선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백신 접종이 이처럼 꼬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계약한 물량이 제때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분한 물량을 계약해 수급엔 문제가 없다고 누차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없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교한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믿어 달라”고만 하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언급한 “계획 이상의 원활한 진행”, “상반기 목표 1300만 명 상향도 가능” 발언도 일선 현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대통령 말대로만 되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겠으나, 현장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그게 문제인데,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은 지금 백신 계약보다는 당장 물량 확보를 더 절실히 기다린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계약한 백신 물량이 총 1억 9200만 회분(9900만 명분)이라는 정부 발표는 사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실제로 이 물량의 상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오는 현물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관심사다. 계약 숫자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이 물량이 제때 공급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지금 우려처럼 백신이 소진돼 접종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만은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되면 11월 집단 면역 달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보릿고개에는 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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