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항 ‘이건희 미술관’, 문화 균형발전 기폭제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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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했던 걸작 중 일부가 제각각 인연을 찾아 지방 공공미술관으로 흩어지는 모습은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 광주시립미술관에는 김환기·오지호·임직순의 작품이 기증되었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제주도 시절 ‘섶섬이 있는 풍경’,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의 ‘만선’ 등을 소장하게 되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삼성이 지방 미술관의 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잘 알고 작품을 미리 배정하는 선처를 해 주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흐뭇한 장면 속에 부산만 빠진 것 같아 아쉬웠다. 사실 준다고 해도 걱정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시설 면에서 낡아 고가의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도 수도권 집중 남부권 전무
오페라하우스 어우러져 문화 메카 기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의 불균형은 극심하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 등 4곳에서만 운영한다. 청주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수도권이고, 남부권에는 아예 전무하다. 남부권 시민들은 국립미술관 한 번 가려고 해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문화 콘텐츠 산업 매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액의 85%인데 부울경 지역은 4.3%에 불과하다니 한숨이 나온다. 부산에는 문화콘텐츠 관련 대학이 18곳에 70개 학과에 달하고, 일 년에 졸업생만 8800여 명이 나온다. 이러니 청년 인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문화 양극화는 경제 양극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건희 미술관’ 부산 유치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국적으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 미술계도 부산 유치를 환영하고 나섰다. 수도권에는 이미 삼성의 리움 미술관과 경기도 호암 미술관이 있다. 여기다 이건희 미술관까지 추가하면 구분하기도 어렵고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부산은 다르다. 이미 공사에 들어간 오페라하우스에다 이건희 미술관까지 들어선다면 북항은 그야말로 문화예술관광의 메카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세계적인 수준의 오페라 관람으로 귀가 즐겁고, 이건희 미술관으로 눈이 즐겁게 되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된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아트부산은 매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품 장터인 홍콩의 아트바젤이 정치적인 불안으로 흔들리자 부산시가 아트바젤을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을 예술 거래가 가장 활발한 도시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건희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한때를 부산에서 보냈다. 그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열정은 부산시민들의 뇌리에 지금도 각인되어 있다.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부산 동광동에서 사업을 시작한 오랜 인연도 있지 않은가. 북항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 문화예술 분야 균형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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