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려 설 자리 잃는 대형마트 매장서 떠밀려 설 자리 잃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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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가 지난 3월 부산시 부산진구 홈플러스 가야점 앞에서 가야점 폐점 매각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일보DB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에서 7년째 계산 업무를 맡고 있는 A 씨. 그는 최근 높아진 업무 강도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년퇴직 등으로 퇴사자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신규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계산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줄기 때문이다. A 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는 계산 업무에만 40명 정도가 투입됐지만 지금은 25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손님이 몰리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A 씨의 업무는 ‘계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품 정리에도 참여한다. 온라인 배송주문이 들어오면 배달될 물품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A 씨는 이 밖에도 매장 출입 고객을 대상으로 발열 증상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등 코로나19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익혀야 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판매 시장 대세 된 데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경쟁력 감소”
대형마트들, 전국 매장 축소 나서
롯데마트 금정점 지난해 폐점 이어
홈플러스 가야점도 최근 매각 선언
“매장 인력 줄어 업무 강도 높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환 배치”
마트 노동자들 ‘고용 불안’ 호소

부산진구 홈플러스 가야점 직원 B 씨. 그는 향후 근무 환경 악화가 큰 걱정이다. B 씨의 직장은 내년 4월 폐점을 앞두고 있다. 회사 측은 폐점 이후에도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계속 근무하기 위해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인 지금의 직장에서 도시철도로 40~50분 거리의 점포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B 씨는 “가야점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매장 주변에 살면서 일과 가사생활을 병행하는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며 “다른 매장으로 전환 배치되면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B 씨가 근무하는 홈플러스 가야점에는 정규직 직원만 220명이 넘는다.

최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판매 확대와 오프라인 매장 축소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마트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과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시장 확대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사용자와 마트 노동자들의 갈등이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자상거래 전체 매출 규모는 약 117조 원에 달한다. 2019년에 약 98조 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20%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온라인 판매 추세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는 등 사업구조 변화를 모색한다.

부산에서도 대형마트가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 금정구 장전동 금정점의 문을 닫았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부산본부에 따르면 롯데마트 금정점 소속 정규직 직원 80명과 비정규직 직원 300여 명이 인근 점포로 근무지를 옮겼다. 홈플러스 역시 올 3월 ‘자산 유동화 계획’을 발표하고 가야점 매각을 전격 선언했다. 홈플러스 측은 앞서 지난해 경기 안산점과 대전 둔산점, 대전 탄방점, 대구점 4개 점포도 매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매장 축소 방침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업계 내 경쟁과 온라인 시장의 판매 품목 확대로 여러 가지 물건을 살펴볼 수 있었던 대형마트의 경쟁력 감소로 업체마다 매장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되는 상황을 노동의 큰 흐름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 변화 등을 통해 기존 노동자들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동서대 글로벌경영학부 곽준식 교수는 “온라인 판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은 항상 존재한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해 직원들을 활용하거나 정보격차를 느끼는 소비자들을 돕는 역할을 맡는 등 최대한 기존 노동자들을 활용해 사업구조를 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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