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달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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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쟁률 239.06 대 1, 역대 최대 증거금 81조, 1주도 못 받는 청약자 속출…. 올해 2분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뒤 쏟아진 신문 기사 제목이다. 가위 공모주의 끝판왕이라 할 만큼 SKIET는 잭팟을 터트렸다. 그만큼 회사의 전망을 밝게 본 투자자들 관심이었겠지만, 그 이면엔 ‘1주만이라도…’ 하는 심리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청약에 참여한 20대 투자자가 24만 9000여 명으로, 20대 이하 비중이 19.3%였다는 결과를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공모주 1주 그게 뭐라고 싶지만, 증권사가 보내온 알림 톡 메시지 “배정 수량 : 1주”에 희비가 엇갈렸다. 상장 당일 소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되고 당일 상한가 기록)에 성공한다면 1주당 16만 8000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우리 사회는 욕망을 부추겼다. 사람에 따라선 젊은 세대가 너무 돈, 돈, 돈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해 수년째 알바를 전전하는 취준생이거나 “월급만으로는 부족해”라고 말하는 비정규직·직장 초년생들한테 “돈에 초연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달 중순 출간 하루 만에 4쇄를 찍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 열차 탑승기’쯤으로 요약되는 이 작품은 인생 역전을 위한 ‘한 방’에 몰두하는 2030세대를 그린다. 소설은 ‘해피엔드’이지만, 씁쓸한 비애감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가상화폐 열풍이 거느린 빛과 어둠을 추적하는 르포 기사에 익숙한 저널리스트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한 마음도 들었다. 대리만족의 즐거움이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고, 그것도 모자라 끌어모을 수 있는 것까지 다 모아서 투자에 나서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희망 없는 현실에 짓눌린 2030 세대의 마음을 윗세대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락(시세 폭락)해도 존버(아무리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버틴다는 의미)”를 외치는 2030 청춘들의 현실 반영이 웃프다. ‘공모주 1주’에 울고 웃는 그 마음과 결코 다르지 않다. 몸에 좋지는 않지만 기분이라도 좋아지라는, 작가의 ‘당의정’이 제대로 먹힌 듯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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