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언론, MZ세대를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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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는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반란으로 읽혔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0%가 예상과 다르게 보수 정당의 후보를 지지했는가 하면, 20대 여성의 15%는 거대 정당이 아닌 소수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들에게는 정당의 이념이 중요하지 않았으며, 소수 정당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가치에 맞는 후보에 투표하며 기성세대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MZ세대의 뜻밖의 정면 도전에 놀란 정당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투어 변화를 약속하였지만, 선언적 구호만으로 이들의 표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권은 MZ세대의 속성 및 욕구와 추구하는 가치를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하였다. MZ세대의 표심에 대한 고민이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 되었지만, MZ세대와의 소통의 문제는 엄밀히 말해서 사회 모든 영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특히 위기의 언론산업에도 청년 독자와 미래 독자 확보라는 측면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 80% 온라인으로 뉴스 소비
청년층 디지털 콘텐츠에 친화적
신문, 젊은 구독자 확보 전략 필요
MZ세대와 소통하는 언론사 돼야

현재 신문의 수익원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전 국민 10명 중 8명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가운데 종이신문 구독수익은 침체기를 맞은 지 오래이며, 광고수익 또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인다. MZ세대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로 무장하고,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온 디지털 토박이로서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로 소통한다. 이들은 종이신문에 낯선 세대로서 디지털 콘텐츠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통신 요금제를 거리낌 없이 선택하며, 디지털 음원과 동영상 유료 서비스를 정기구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디지털 퍼스트의 당위성이 현저히 높아진 가운데 수익원의 제한에 봉착한 언론은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고 디지털 토박이인 MZ세대를 독자로 확보하는 데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거기에 언론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이 MZ세대를 독자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을 주요 목표 고객의 하나로 확실하게 설정하고, 기사를 통해 젊은 세대가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여야 한다. 독일 라이프니츠 미디어 연구소는 ‘디지털 시대 Z세대의 뉴스 이용’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하였다. 독일의 뉴스통신사 DPA와 함부르크시 문화미디어국이 주관하고 다수의 언론계와 산업계 기관들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 ‘뉴스 이용(Use The News)’의 일부로 진행된 연구이다. 그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의 50%가 언론이 제공하는 시의적 정보의 취득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 이유로 뉴스에서 자신들의 일상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연구자들은 연구 결과를 통해 언론이 청년 세대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을 주문하였다.

MZ세대를 독자로 확보하기 위한 언론의 두 번째 자세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지난해 9월에 그간 종이로 발행해 오던 대학신문을 디지털 체제로 전면 전환하였다. 언론IT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고, ‘티유타임스’(TU Times)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론칭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전환 직전 3명에 불과하던 학생기자의 수가 6개월 만에 29명으로 증가하여 학생들의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에 친숙한 Z세대 대학생들에게 정보의 다양성, 상호작용성, 신속성을 충족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작업이 흥미 요소가 되어 이들의 관심을 촉발하였다고 분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언론이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통해 MZ세대로부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독일의 Z세대 뉴스 이용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정보의 출처와 개별 언론사에 대해 무관심하여 언론사의 기능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작업방식에 대한 지식이 제한적이다. MZ세대는 대체로 종이신문의 열독률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언론의 신뢰도에 매기는 점수는 낮게 나타난다. 기성 언론은 이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뿐만 아니라, ‘내 이슈’에 관심이 높은 데다 불공정에 분노하는 MZ세대와 공정의 가치를 구현하는 저널리즘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지금의 시기를 “모든 업종이 생존전략을 재설계하고 존재 이유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규정하였다. 언론이 태생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친화적인 MZ세대와 원활한 소통을 이루며 공감을 얻는다면, 언론의 미래 존재 이유 역시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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