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도 없이 방치… 자가격리 학생의 형제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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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연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직장인 A 씨의 고등학생 아들은 며칠 전 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어 중학생 딸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오빠가 자가격리 중이라는 이유로 동생까지 등교중지된 것이다. A 씨는 그 다음부터 속터지는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아들은 학급단위의 자가격리였기 때문에 원격수업으로 학습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A 씨의 딸에 대해서는 해당 중학교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 씨는 “자가격리 학생의 형제·자매도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학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의아했다”며 “그냥 집에서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치원과 초등·중·고등학교에서도 덩달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급 전체 학생이 자가격리되고 그 대상자의 형제·자매 역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능동감시자로 2주간 등교 못 해
해당 학교 차원 수업 대책 미비
원격수업 등에서 제외 학습 방기
교육청 ‘온라인 튜터’도 미지수

29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부산의 유치원과 초등·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모두 67명이다. 이는 지난달 발생한 확진자 29명보다 2.3배 많은 수치다. 이 때문에 부산교육청이 관리하는 자가격리자도 하루에 수백 명 수준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보통 한 학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그 학급 교사와 모든 학생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다. 이와 함께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해당 학급 교사의 자녀와 학생의 형제·자매도 능동감시자로 지정돼 2주 동안 등교할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전 학생이 자가격리된 학급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지만, 등교하지 못하는 소수의 능동감시자는 가정에서 방치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대비해 온오프라인 결합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학습꾸러미를 집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 활용이 잘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과밀학급의 경우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을 일차적으로 신경써야 하다 보니, 등교하지 못한 능동감시 학생까지 보살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등교하지 못한 학생이 학습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일부 교육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현재의 인력과 장비만으로는 등교 중지된 학생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은 다음 달부터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튜터’를 도입, 학습결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튜터들은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 1대 1 또는 소그룹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학교들이 온라인 튜터 사업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부산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교가 온라인 튜터 선발부터 관리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면서 “예산을 지원해도 안 하려는 학교가 무척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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